내부 제보 없이 드러나기 어려운 교수 연구비 유용·횡령

해법은 비위교수 ‘일벌백계’…온정주의 더는 안 된다
“연구자 스스로 반성도 필요…내부 자정 운동 벌여야”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및 횡령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허위로 영수증을 작성해 연구비를 빼돌리거나 조교의 인건비를 챙기는 등 사례가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일부 연구자들의 비위에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구 개발 투자비는 GDP 대비 약 5%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비는 절대 규모 기준 세계 5위로 약 63조7000억원에 달한다.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은 높지만 일부 교수들의 비위 사례가 있는 만큼 연구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책연구비 유용 건수는 139건, 금액은 277억5200만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환수액은 175억4600만원으로 유용 및 횡령 금액 대비 환수액은 63.2%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유용 및 횡령은 45건, 47억2800원으로 지난 2011년 19건, 27억500만원에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 내부 고발자 나오지 않는 이상 연구비 유용 찾아내기 어려워 = 실제로 A대학에서는 연구원, 학생들의 계좌에 인건비가 들어가게 한 다음 이를 인출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교수도 있었다. 해당 교수는 8년 동안 연구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했다. 피해자들은 너무나 일상적인 방식으로 연구비 유용이 이뤄져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A대학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 내에서 가장 종속적인 구조가 대학원 사회다. 교수가 스승이면서 동시에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수가 그쪽 업계에서 권위가 있는 경우에는 연구실을 나와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아예 해당 업계를 떠나야만 벗어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하는 비위 행위는 주변에서조차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관행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A대학 일반대학원은 대학원 사회에서 조교들의 인권침해 사례, 노동착취 등 사례를 제보 받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연구비 유용이나 교수들의 비위 사건은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밝혀지기 어려운 구조다. 대학마다 감사기구는 있으나 함께 연구하는 조교, 학생이 증언하지 않으면 외부로 알려지긴 쉽지 않다.

■ 교육부 해법 내놨으나 과연 해결될까…대안은 = 교육부는 지난 7월 '학술진흥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연구비 횡령 및 유용에 대한 징벌을 강화했다.

'제재부가금'을 신설해 연구비를 횡령·유용했을 때 횡령·유용한 금액이 커질수록 제재부가금도 늘어나는 '초과 누진제'를 적용한다. 부정하게 사용한 연구비가 5000만원 이하일 때는 50%를 제재부과금으로 내야 한다. 횡령금액이 10억원을 넘어가면 20억2500만원과 함께 10억원을 초과한 금액의 300%까지 부과한다.

또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를 감추기 위해 조사를 거부하거나 협조하지 않을 때 부과하는 과태료도 유형별로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해당 방침에 동의하면서도 비위행위를 저지른 교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비위를 저지른 연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만 다른 연구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우일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잘못한 사람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이제는 온정주의는 안 된다”면서 “다만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불필요한 예방적 차원의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우일 교수는 “일부 교수가 연구비 유용한 사례를 통해 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사전 규제를 양산한다. 이럴 경우 연구가 마치 정부 용역처럼 바뀌고, 관리자만 늘어난다. 자유로운 학문 연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화학공학)도 “일부 교수들이 저지른 연구비 횡령은 범죄다. 정부 차원에서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한 처벌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배영찬 교수는 “교육부가 내놓은 해법은 공감하면서도 후속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과학기술계에서 자정 운동을 벌여야 한다. 아무리 법을 만들고 규제를 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다 있다. 교수들이 나서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먼저 반성해야 한다. 교수라는 직업은 학문을 연구하고 연구 내용이 사회에 기여하는 등 명예로운 직업이다. 명예가 훼손되면 교수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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