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혹 책임 대변인 역할 해야

비대위 “재단 이사회 비롯해 이대 지배구조 개선” 촉구
부총장·교무처장 등 교무위원 44명 전원 사퇴의사 밝혀
이사회, 총장 사표수리…학생들 점거농성 해제 시기 결정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불통 아이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한 가운데 남은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는 이제 이사회로 겨냥될 예정이다.

학내 구성원들과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 추진으로 갈등을 빚은 최 총장이 현 정권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 딸 특혜입학 의혹 논란 끝에 지난19일 사임했다. 같은 날 교무위원 44명 전원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최 총장 사표를 21일 수리, 이달 안에 차기 총장 선출방식을 논의한다. 차기 총장이 선출될 때까지 직무는 송덕수 부총장이 대행한다.

최 총장은 80여일 계속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과 사퇴 요구에도 굴하지 않았지만 130년 개교 역사상 교수들까지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하자 결국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사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화여대는 교육부가 30억원을 지원하는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에 선정돼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나중에야 언론 보도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사실을 안 학생들은 최 총장의 '불통'을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7월28일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했다. 학교 측은 교수와 교직원들이 감금됐다며 경찰력 투입을 요청, 경찰의 학내 진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학교 측은 8월3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밝혔으나 학생들은 농성을 풀지 않았다.

최 총장은 그간 올해 3월 코어 사업, 프라임 사업에 이어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까지 따내며 나름대로 학교발전을 위한 성과를 내왔다. 또한 1980년 이후 이 대학 역대 최연소 총장이었으며 역사상 4번째로 젊은 총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방통행적 태도로 일관해 구성원들의 이미 신뢰를 잃었고, 학내 문제에 경찰력 투입까지 요청한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간 농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와중에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승마특기생으로 대학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급기야 교수들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최 총장을 압박했다. 결국 집회가 열리기 약 1시간30분 전인 최 총장은 보도자료를 내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학내 일각에서는 최경희 총장 사임은 이사회의 ‘꼬리자르기 아니냐’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특혜 입학 의혹 등에 휩싸이면서 학생은 물론 교수들까지 사퇴 압박에 가세하자 이사회가 최 총장을 팽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 역시 “학교에서도 130년만의 첫 교수시위가 있기 전에 수습하려고 한 것 같다. 그 뒤에서 이사회에서도 사태를 무마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며 “누구 한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장은 "이화여대의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일련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재단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에 있다"면서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합리적인 총장선출제도와 재단 이사회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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