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도 개입했나 허탈 … "박 대통령·최순실 영합한 靑·與 등 사회전반 쇄신해야"

▲ 서강대 학생들이 26일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대학팀] 사상 최악의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대학교수들도 우려를 금치 못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는 이번 사태를 대통령에 의한 국기문란·국정농단 사태로 규정하고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등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서중 민교협 공동의장(성공회대 교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차대한 자리인지 모르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쓰는 말대로 국기문란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8~9년 동안 적체돼온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를 철저히 규명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교협 측은 이번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권비호세력 전반의 쇄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서중 공동의장은 “모든 문제의 해결은 대통령의 하야이고 최순실씨의 처벌이라는 단순한 도식화는 위험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동안 침묵하고 용인해온 청와대 보좌진과 정부, 그리고 정권비호에만 총력을 기울여온 새누리당 등에도 책임이 있다. 이런 부분들을 이 기회에, 대통령의 표현을 빌자면 정상화해야 한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이 같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정부의 대학정책에도 비선라인이 가동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영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은 “그간 불통과 불합리로 점철돼온 교육부의 대학정책 이면에 비선라인이 존재할 수 있었겠다는 의혹이 교수들 사이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더 많은 사실들이 규명돼야 하겠지만,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하고 간선제로 추천한 총장후보마저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어온 일련의 국립대 사태의 실타래도 비선라인의 존재가 있다면 설명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또 “그간 교육부 관료들이 비공식적으로 본인들의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하소연을 종종 한 적이 있다. 당시엔 교육부의 행정권한이 크지 않다는 수준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그게 혹시 비선라인의 존재를 암시한 발언이 아니었나 의심이 된다. 국방, 외교 등 거의 모든 정책이 비선을 통해 결정돼 왔다는 언론보도가 많은데, 교육부라고 예외일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대학교수들은 비통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개인SNS를 통해 “민주화 시대 이후 초유의 상황이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국민의 상처와 분노를 쉽게 누그러뜨릴 순 없을 것”이라며 “국가의 기본이 계속해 휘청거리고 뿌리째 뒤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선진국 입구앞까지 갔다고 자부했던 이 나라를 통치하는 정부의 수준을 생생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순일 아주대 교수(교수회 의장)는 "교협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교수들 사이에서 ‘믿어지지 않는다’ ‘위기감을 느낀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저런 풍문이 떠돌때만 해도 설마 했다. 이 정도 수준일지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정부에도 비선실세는 있었다. 주로 정치경험이 많고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는 가운데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였다. 그러나 최순실씨는 어떤가. 비선실세에 자격을 논하는 것조차 우습지만, 최소한의 능력과 경험조차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정치엘리트들을 제치고 영향력을 행사한 게 놀랍다. 대통령 권위는 국민의 투표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데 그 시스템이 기조부터 무너졌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크다. 왕정시대, 비상식적인 정부운영 시기로 돌아가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헌정질서가 파괴됐다는 위기감을 전하기도 했다. 전문대학에 재직하는 이 교수는 “이게 완전 국정농단 아니냐. 국기문란, 헌정질서 파괴다. 그간 교육부의 안일한 태도도 결국 이런 비정상적인 권력구조에 기인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성역없는 수사로 제대로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장들은 최악의 비선실세 의혹에 깊은 허탈감을 전했다. 허향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제주대 총장)은 “처음부터 국정관리를 탄탄하게 했어야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그 와중에) 비선실세 의혹이 제기돼 향후 대학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사관리 문제도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로 대학의 입학·학사문제가 밝혀진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한 총장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일이다. 충격이다. 평가하가거나 분석하기에는 너무도 비상식적이고 수준이 떨어지는 일이라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가 깨져버렸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 수립이나 수행에 있어서 신뢰가 바탕인데 그게 깨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총장은 신뢰회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의혹 전반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앞으로 정부는 식물정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피해는 국민이 본다. 신뢰가 가장 큰 문제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말하는 것을 이제 어느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해결책은 단 하나다. 솔직하게 고백해 신뢰를 찾아야 한다. 향후 임기를 위해서라도 솔직한 고백과 참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가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역시 적절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는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다. 셀프변명에 불과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군사기밀자료까지 받아봤다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스스로 망친 문제니 결자해지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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