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서강대 등 시작…고려대·부산대 등 전국 확산 조짐

▲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실망한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시국선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6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비선실세’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붙기 시작했다.(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화여대와 서강대 등에서 시작된 시국선언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대통령 일정과 인사 등 국가 기밀에 포함되는 국정 전반에 대해 보고받았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대학생들이 ‘국정농단 규탄’ 시국선언을 잇따라 내고 있다.

첫 포문은 최순실 사태의 직접적 타격을 받은 이화여대가 열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6일 오전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진행하며 국정농단에 대한 규탄과 함께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 및 학사운영 특혜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며 “진정성 없는 사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대통령은 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일동’은 시국선언문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를 통해 “모든 서강인은 사상과 정견에 상관없이 서강의 자랑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취임 연설에서 ‘나라의 국정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말을 지키라”고 전했다.

▲ 서강대 학생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지방에서도 진행됐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26일 정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부산지역 청년-학생 시국선언’을 하며 부산 지역의 청년과 대학생들의 동참을 제안했다.

유영현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그동안의 여러 사건들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대통령 연설문이나 대북관계 등 국정 기밀까지 최씨에게 보고된 것은 국민의 뜻과 다르게 권력이 오남용되고 있다고 본다. 이는 기본적인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에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한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이화여대부터 경희대까지 4개 대학이 26일 시국선언을 진행했고 고려대, 한양대 등이 27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밖에 건국대, 경북대, 서울대, 포스텍, 한신대, KAIST 등이 시국선언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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