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고 나도 ‘자비’로 치료해야

정치권 개선 활동 활발해 변화 조짐 서서히 보여

▲ 대학원생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업무 도중 사고가 나도 치료는 자비로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최상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최상혁 기자]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산업재해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연구 중 발생한 사고에 따른 치료를 자비로 감당하는 고역에 시달리고 있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원생은 대학 전반에서 연구자로 활동하며 △근무시간 △연구실적 △업무환경 등 고용노동부가 정한 노동자 조건 10개 항목에 부합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일부 대학은 학생 신분을 우선으로 내세우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대학원생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산업재해보험 혜택이다. 노동자는 고용주와 근로계약 시 4대 보험 중 하나인 산업재해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돼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해도 치료비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대학원생들은 사고가 발생해도 대학으로부터 일부 보상적 치료비만 지원받을 뿐, 보험 혜택은 받을 수 없다.

A 대학 일반대학원 원총회장은 “노동자로 인정할 경우 정부 기준에 맞춰 보험비 및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재정벅 부담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의하면 연구실 안전사고는 △2013년 112건 △2014년 176건 △2015년 20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3년 1월 지방의 K대 대학원생이 압축기에 오른손이 끼어 절단된 사고, 같은 해 4월 G대 실험실에서 오른손 검지가 절단된 사고의 피해자 모두 산업재해 보상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올해 3월 화합물 폭발로 인해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학생연구원 역시 산업재해보험 혜택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소재 B 대학 이공계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 학생(박사과정·30)은 “대학원생들은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치료비다”며 “치료비가 걱정돼 소극적으로 연구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어 결국은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치권에서는 관계법령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8월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이공계 대학원생들도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포함된 ‘산업재해보상보험 일부 개정법률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어 9월에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활동에 종사하는 학생연구원이 산업재해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연구원 산재보상법’을 발의했다.

오세정 의원은 “국가연구개발과제에 참가해 연구역량을 키워나가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대학원생들이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모순된 상황이다”며 “이들이 적절한 보상과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의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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