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감축· 정부재정지원사업 삭감될수도

김경숙 학장, 의혹의 핵심 ‘키 맨’
결과 사실이면 신입생 10% 모집정지… 재정지원사업도 중단·삭감
사퇴 교무위원 사표수리 안 해…학교 측 “행정 마비 올까봐 보류 중”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130년 뿌리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여대인 이화여대가 ‘최순실’ 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씨 딸 정유라씨의 각종 특혜의혹이 밝혀지면서 총장까지 ‘불명예’ 사퇴했지만 최씨 모녀에게 쩔쩔매고 있는 형국이다.

최경희 전 총장 사퇴로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부터 정유라 입학특혜 의혹까지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관련 교수들의 부정 행보까지 속속들이 터져 나오면서 이화여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부는 31일 이화여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이 정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데 이어 교육부까지 감사에 돌입한 것이다.

결과가 사실로 들어나면 이화여대는 이르면 2018학년도에 신입생 입학정원의 총 10%를 모집 정지당한다. ‘특별전형을 공정한 경쟁에 의해 공개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교육부 장관이 학생 모집 정지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정부재정지원사업도 중단 위기에 처한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 발표한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이화여대는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중단되거나 정부 지원이 삭감될 수 있다.

▲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벽에 붙어있는 벽보. 이인성 교수와 김경숙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

■ ‘특혜의혹’ 최경희 측근 교수들 누구? =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최경희 전 총장과 관련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인성 교수는 지난여름 계절학기 의류산업학과 수업에서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인사로 지목된다.

정씨는 해당 수업 당시 중국에서 열린 4박5일 패션쇼에 불참했지만 학점을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가 정씨를 각별히 챙긴 정황이 드러났고 정씨 입학 뒤 이 교수가 정부의 연구과제를 대거 따낸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증폭됐다.

이 교수와 함께 최 전 총장의 측근으로 주목 받고 있는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체육과학부 교수) 역시 이번 의혹의 핵심 키맨으로 부상 중이다.

김 학장은 2013년 당시 체육특기생 종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승마가 포함되도록 역할을 했고 정부의 연구과제를 여러 건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학장은 현 정부 체육 분야 최고 실세인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차관은 최순실씨, CF감독 차은택씨와 함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깊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최씨는 지난 4월 정씨의 지도교수였던 모 교수에게 “우리 학장이 내려가니까 잘해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학장’이 김 학장이다.

김경숙 학장은 학생들의 사퇴 요구에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 측은 교수가 갑자기 수업을 그만두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연구실 주위에는 “학생들을 기만하고 비리로 얼룩진 이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한 재학생은 “의혹에 대한 증거들이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이제라도 제자들에게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화여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학교정상화를 위해 차기총장 선임부터 학교구성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총장 공석 이대 앞으로 과제는? = 학교정상화를 위한 이화여대의 급선무 과제는 차기총장 선출이다. 현재 송덕수 학사부총장이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법인 정관에 따르면 이화여대 이사회는 두 달 안에 새 총장을 뽑아야 한다. 이에 지난 21일 이화여대 이사회는 최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차기총장 선출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구성원들은 차기총장 선출과 관련,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이화여대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출한 후보 중 1인을 이사회가 최종 임명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화여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학교정상화를 위해 차기총장 선임부터 학교구성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 19일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학교구성원 의사를 충실히 반영한 총장 선출 제도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또 학교 측은 최 총장과 함께 사퇴한 교무위원 44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송 부총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앉혔다. 한 교수는 “최 총장과 노선을 함께했던 송 부총장이 학교를 이끄는 것은 학교 구성원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다수 교무위원들은 형식상의 직함만 유지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태다. 한 교무위원은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실무는 부처장과 팀장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며 “사퇴한 상태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처리된 건지는 당사자인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교무위원들이 일제히 물러나면 학교 행정에 마비가 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수협의회는 “부총장, 학장, 대학원장 등 교무위원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부처장, 부학장급 행정실무자들이 과도기의 행정업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이화여대 학생들이 정문앞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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