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 순천향대 교수·창업지원단장)

좀 특이하게 사는 30대 후반의 제자가 있다. 과거에 Wearable Device를 만들어서 돈을 좀 모았다고 들었다. 최근 유행하는 IoT와 O2O에 대한 책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라고도 했다. 작사 작곡을 직접하고 노래까지 불러 음반을 몇 개 냈다고 한다. 최근에 만났더니 굴지의 대기업에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서도 이상한 필명으로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학교 내 수업시간에 매 학기 단골 특강강사로 초청된다. 학생들의 호응이 그야말로 짱이다. 학생들이 다들 저렇게 살고 싶다고 쑤군거린다.

우선 자유롭게 산다. 얽매이는 곳이 없다. 수입도 월급쟁이 보다 훨씬 낫다. 인기도 많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러워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구체적 직업이 무엇이고 고정된 직장이 어디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이 없다.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곳도 없다. 하는 일이 딱 정해져 있지 않고 수시로 바뀐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도 지금으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 다른 일로 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비정규직이다. 지금 잠시 일하고 있는 대기업을 포함해 전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일시적 고용이거나 아예 취업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로만 보면 화려하고 자유롭고 부자 같지만 신분상으로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일하는 것은 선호하면서도 고정된 직장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해한다. 직장에 얽매이는 것은 싫어하면서도 고정 월급은 원한다. 이율배반이다.

유럽이나 서방 선진국에서는 비정규직 형태의 일자리를 오히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상당히 크다. 기업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해도 구직자가 오히려 싫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어떤 조직에 얽매여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희생당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일을 하는 방법은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일자리에 대한 선호기준이 우리와 달라서 매일 출근해서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고 주 5일을 정년까지 근무하는 동양적 정년제에 대한 인기가 크지 않다. 오히려 정년까지 근무가 보장 되지 않더라고 매일 출근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개인 자유를 더 선호하는 문화적 영향으로 일보다 삶과 인생의 가치를 더 앞세우는 경향 때문이다. 일자리에 대한 안정성 보다는 개인 사생활과 자유로움을 선호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비정규직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다. 비정규직이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일자리가 아니라 자신 인생을 실현하면서 일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정규직 일자리는 찾기도 힘들뿐 아니라 구해도 내 인생을 평생 보장받지는 못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청년실업난도 많이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주위를 들러보면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형태의 일을 하고 있다. 여유 있는 정규직은 구조적으로 드물다. 정규직은 조직에 얽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경우 내 상황에 맞게 내가 일을 디자인할 수 없다. 조직의 원칙과 목표에 나를 무조건 맞춰야 한다. 개인이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비정규직으로 인생을 시작하고 기획하자. 남의 직장에 얽매여서 사는 정규직보다 나를 실현하는 자유와 성취를 추구하는 비정규직을 활용하자. 비정규직을 비하하거나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내 나름의 인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자. 일은 내 삶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일이 먼저가 아니고 내 인생이 먼저다. 그렇다면 정규직에 얽매여서 일이 인생 전부인 것처럼 살지 말고 비정규직으로 자유롭게 일하면서 일을 내 인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자. 매일 쳇바퀴에 갇혀서 내 인생은 안전하다고 위로하지 말고 광야로 나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을 실현하는데 매진을 하자. 짧은 인생,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자.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면서 ‘안정된 인생’ ‘정규직 인생’이라고 자신을 더 이상 호도하지 말자.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