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중앙대 교수 / 문헌정보학과)

우리나라 기록인들은 9월 5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16 세계기록총회'를 개최해 114개국 2000여명의 전세계 기록인들에게 역대 최고의 기록인 잔치를 보여줬다.

'기록, 조화와 우애'라는 대주제 하에 세계 기록인들이 기록분야에 당면한 현안과 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한 모든 성과를 256편의 학술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덕분에 과거 어느 세계기록총회보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의미 있는 대회가 됐다. 대부분의 국제 행사는 끝내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이번 서울총회는 모든 기록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역량과 세계기록인의 역량을 한점 아쉬움 없이 보여줬다.

서울총회에서 발표한 논문 가운데 30%는 디지털시대의 기록관리와 관련된 것이었고 독일 분단시절 통일을 위한 독일연방기록원의 역할과 노력을 비롯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기록의 미래 등과 같은 기록을 통해 사회가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기록가치에 대한 논문들이었다.

이 가운데 대학 기록관리에 관련된 하나의 연구가 있었다. 조셉 마샬(Joseph MARSHALL, 영국 에디버러대)이 '융합과 전문성: 에딘버러대학교 연구수집센터의 기록관, 도서관, 박물관 서비스 모델'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대학도서관에서 기록관을 중심으로 도서관과 박물관과의 자원과 서비스 협력을 통해 이용자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말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교 관련 기록물 관리 사례는 상대적으로 찾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학 차원에서 우리나라 대학기록물관리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본격적인 투자라 함은 기록관리전문요원의 배치다.

우리나라는 1999년도부터 기록관리 실태점검으로 시작해 2007년부터 기록관리 평가 후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해 평가를 통한 기록관리 기반 조성에 노력했다. 평가를 통해 각급기관의 기록관리 전문요원 배치를 독려하고 전문요원으로 하여금 체계적으로 기록 관리를 수행토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에 따라 2016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기록관리 평가에서 모든 중앙행정기관과 시도교육청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록관리 수준을 보여줬다.

한편 우리나라 대학은 기록물관리를 대학행정체계 업무의 일환으로 형식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국‧공립대는 이번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학의 기록물관리가 대학운영에 사족 같은 존재가 아니라 체계적 기록관리를 통해 투명한 대학운영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대학발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기관인식이 아직 확산되지 않은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은 올해 우리나라 국공립대학 대상 50개교의 기록관리 평가실태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를 통해 국공립대학의 기록관리 전문요원의 배치를 독려한 것이다. 기록 관리는 문서의 생산단계부터 수집,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이다. 대학기록관리 체계의 과학적 운영을 위해서는 기록관리 전문요원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국공립대학에 기록관리 전문요원의 배치가 완료되면 이를 통해 대학의 의미 있는 모든 기록물은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대학사료 관리와 학사관리, 행정체계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4년 후에 개최되는 2020년 아랍에미리트의 세계기록총회에서 우리나라 대학기록관리 우수사례가 전 세계 기록인에게 알려지게 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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