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대학생 등 대학사회가 한목소리로 사상 최악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대학가 시국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성사회는 최순실씨의 청와대 문건열람과 국정개입 등의 최종적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그의 결단이 필요하다.

부끄러움은 어째서 국민들의 몫인가. 아무런 자격도, 경험도, 능력도 없는 개인이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전횡을 부리고 국가의 중차대한 정책을 좌지우지해왔다니. 게다가 그 비선실세를 보좌한 인물들마저도 시정잡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니 그토록 박근혜 대통령이 애지중지했던 국격의 추락을 어떻게 할 것인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정책이다. 교육현장의 전문가들이 신뢰할 수 없었던 교육부의 그간 대학정책이 과연 교육부 내부에서 나온 것인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됐다. 재정지원을 빌미로 대학을 평가해 줄 세우기 하고 부실대학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이다 망신을 줬던 정책은 과연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혹 교육부의 머리 꼭대기에 또 다른 비선라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미심쩍은 인선과 정책추진의 배경에 대학사회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행하고도 간선제로 추천된 총장에 대해 임명제청을 거부하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것이 이번 정권 초기부터 발생한 사태다. 심지어는 집권여당 측근 인사를 총장으로 추천하니 곧바로 임명됐던 모 수도권 대학의 사례를 보면, 정말로 교육부의 배후에 또 다른 비선라인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케 한다.

그뿐만인가. 소위 승마 특기자의 입학특혜 의혹으로 이화여대는 만신창이가 됐는데 최순실씨는 관련 대입정보를 사전에 청와대로부터 팩스로 받아보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사석에서 만난 교육부 관료들로부터 종종 교육부가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토로를 들었다고 전했다. 단순히 인사·예산권이 없다는 푸념으로 들렸을 말이지만, 지금 되새겨보면 묘한 힘의 존재를 은연중에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놨다. 국가 정책과 인사권을 놓고 명망 있는 대학의 교수가 이런 우려를 내놓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은 단연코 아닐 것이다.

결자해지 할때다. 대학사회에서 시작된 시국선언과 박근혜 대통령 규탄 여론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국정개입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최순실 씨를 조사해 끝날 일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최순실 씨에게 휘둘린 대통령 본인이고, 최순실씨에 의해서 추천되고 그를 옹호했던 청와대 보좌진들이며, 들러리를 선 교수들과 나아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친구에게 연설문을 첨삭 받는다’고 운운하는 집권여당 지도부다.

대학사회는 준엄하게 현 사태를 비판하고, 국정의 일대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국회와 정당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안위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안일하게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법치가 흔들리고 신뢰가 무너진 지금 대통령이 수습책을 미루거나 당 ·정 ·청이 시국의 중차대함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라도 부디 대학의 목소리를 경청하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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