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기 논설위원 / 숭실사이버대 교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대학도 그 교육방식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또 대학에 등록하는 학생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전통적인 대학들은 미래에 대비해 교육방식의 적절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교육방식의 변화가 광범위하고 또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일부에 그치거나 미래지향적이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대학이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 미온적인 경우 결과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대학이 겪는 변화의 요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강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식을 접하는 것이 자유롭고 용이하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대학이 독점적으로 지식을 창출하고 축적하고 또 확산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아무나 쉽고 광범위하게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사실이나 수치를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의 분석, 해석 그리고 종합적 판단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이건 개발도상국이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둘째, 교육시장 및 재정 확보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갈수록 한계에 부딪치고 있고,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유치도 국제적으로 경쟁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디지털 기술이 교육방식에 개입하고 있다. 무크(MOOCs)나 온라인 교육방식 나아가 전통적인 교육방식과 온라인 교육방식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러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교실을 통째로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대학이나 관련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방식이다. 예컨대 콘텐츠 생산, 콘텐츠 수집, 지식의 대량 전파, 이수 증명, 나아가 교육의 상업화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넷째, 교육서비스의 국제적 이동성의 증가이다.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직원이나 대학을 포함한 교육서비스 제공자도 해외로 움직이며 나아가 대학 브랜드까지도 해외 분교나 캠퍼스의 형태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다섯째, 산학협력이다. 산학협력이 긴밀해지면서 기업이 교육 수요자로 교육 파트너로 나아가 조력자로 자리 잡는 가운데 교육서비스의 경쟁자로도 나서고 있다. 앞으로 어려움을 돌파하고 살아남으려는 대학으로서는 기업과 보다 더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갖고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기업의 전문적 직업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최근 아이비엠(IBM)의 왓슨(Watson)과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 그리고 로봇이 결합해 법학, 의학, 공학 등의 분야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실험이 이뤄졌다. 그 결과로 보아 앞으로 대학에서는 가르칠 사람도 배울 사람도 모자라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디바이스가 교수를 대체해가고 학과나 학문의 벽이 허물어지고 학기제가 들쭉날쭉 해지는 혼란스러운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전통적인 대학은 물론 사이버대학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보통신기술에 바탕을 둔 사이버대학은 오히려 더욱 나약한 모습으로 바람 앞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로서도 정책수립에 고민이 클 것이다. 자칫 나태하게 대처하다 보면 우리 대학교육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 참 뒤쳐져 어쩌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이 지금의 변덕스러운 교육환경이 아닌가 한다.

전통적인 대학과 사이버대학의 이합집산, 선택과 집중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릇 경제 발전과 마찬가지로 대학 발전도 온갖 요인들이 함께 해결되고 필요한 것들이 다 함께 개선돼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대학과 사이버대학이 당장은 제각기 발전방향을 모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융합적인 발전을 도모해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