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각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교수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참담함과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훼손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이와 함께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관여했거나 알고도 묵인해온 대학교수 출신 공직자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성을 배경으로 국정운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됐던 교수출신 관료들이 도리어 비선실세에 휘둘리거나 동조한 의혹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데 어떤 형태로든 관련있는 교수출신 공직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공복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다.  

특히 이번 사태가 처음 드러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도 대학교수 출신의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이 사실상 관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금은 물러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김종 전 차관은 각각 홍익대와 한양대 교수 출신이다.

이미 물러난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비서관은 문화계 황태자로 언론에서 지칭되며 의혹의 중심에 있는 차은택씨의 외삼촌으로 밝혀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김상률 전 수석은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 발탁된 인사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이 명백히 밝혀야겠지만 이들 재단의 설립과정에서 재벌을 압박해 800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혐의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교수들의 공직진출이 활발한 이유는 전문성 외에 도덕성, 신념, 개인적 능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 분야에서 국정운영을, 혹은 해당 분야의 정책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발탁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공직에 나가면 기존의 학문적 입장을 뒤집기 일쑤이고, 교수 시절의 소신을 쉽게 바꾸기도 한다. 권력관계에 휘둘리며 이번 사태처럼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는커녕 지탄을 받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교수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권력의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정책적 이해관계에 휩쓸리거나, 일신의 영달만을 생각한다면 이미 공직자로서의 자격은 상실한 것이다. 공직에 나갈 때에는 사회적 평가와 잣대에 걸맞은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토록 매진해온 학문의 오의(奧義)가 고작 자리 하나에 뒤집어질 만큼 얄팍한 것이었다면 그간 가르친 제자들에게 부끄러워할 일이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이화여대 사태를 봐도 학생들에게 민감한 입학·학사관리 특혜의혹이 최순실 사태의 뇌관이 되지 않았는가. 총장이나 교수들이 결탁을 하거나 방관을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인으로서 반성할 일이다. 얼마 전 유력 대권주자의 행보에 앞다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교수들이 많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여전히 권력에 줄을 서려는 교수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참여한 교수들이 도덕성과 신념을 갖고 참여했는지 아니면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얄팍한 처세로 권력에 영합하려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현재 공직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도 책임있는 자세로 국민의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이토록 시민과 언론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시대의 양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국민이 대학에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