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공식입장 아니다 … 회의중 의견개진의 일종에 불과" 일축

▲ 시흥캠퍼스 조성을 두고 내홍에 휩싸인 서울대에서 대학본부가 당초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혀온 기숙형대학(RC)의 추진 강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수기메모가 담긴 내부문건이 발견됐다. 9일 현재 31일째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학생들을 기만해왔다고 규탄했다. 반면 대학본부 관계자는 공식입장이 아니라며 회의 도중 나온 자유로운 의견개진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9일 오전 11시 이 대학 본관 앞에서 대학본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서울대 학생들의 모습. (사진= 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시흥캠퍼스 조성과 관련해 기숙형대학(Residential College, RC) 도입을 부정했던 서울대 측의 입장을 뒤집는 내부문건이 발견돼 파문이다.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31일째 서울대 본관을 점거농성하고 있는 학생들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9일 이 대학 총학생회와 본부점거농성 학생들은 “2013년 오연천 전 총장 등이 RC추진은 절대 없다고 공언했던 게 모두 뒤집혔다. 이제 대학본부의 어떤 약속도 믿을 수 없다. 당장 사과하고 시흥캠퍼스 설립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루 앞선 8일 이 대학 학내언론 ‘<서울대저널>이 입수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관련 추진 사항 보고‘ 문건에는 ’전임 총장 때 RC는 안한다고 합의 문서화 되어 있다‘라는 메모와 함께 이어 ’일단 파기되어야 한다‘ ’전인교육형 기숙대학으로 명칭 변경‘ 등의 내용이 쓰여 있다. 기획부총장의 발언으로 보이는 메모에는 ’학생 80%는 RC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밀어붙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또 ’초기 2000명으로 추진하고 향후 확장 검토‘ 중이라는 시흥캠퍼스 관련 논의 중인 콘텐츠 항목에는 ’누구는 가고/누구는 안 가고 불공평이라서 신입생은 모두 가야 한다‘는 내용의 메모도 발견됐다.

이 문건은 지난 5월 9일 이 대학 기획과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과 관련해 간담회 결과를 보고하고 실시협약 체결 관련 주요 사항을 점검한 문건이다.

대학 측은 문건 작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메모 등에 대해서는 개인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지난 5월경 기획과에서 작성된 문건이 맞다. 대학 구성원들과 시흥캠퍼스 관련된 간담회를 진행한 것을 점검한 내용이다. 이를 두고 처장단이든 내부이든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메모는 그 회의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겠나. 회의석상에서 오간 자유로운 의견개진의 일종으로 대학의 공식입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학은 2013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단과대학 이전이나 RC 등 학생이동 계획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다만 회의 도중 회의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개인적인 의견은 개진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학생이 반대한다고 해서 의견을 내지 않거나 반대로 발언자를 추적해 밝히는 등의 접근은 불합리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학생들은 “그간 고의적으로 학생들을 속이고 있었던 게 드러났다. 신입생이 시흥캠퍼스 RC에서 의무기숙을 하는 프로그램은 전혀 논의한 바가 없다는 대학본부의 공언이 완전히 거짓이었음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관련 언론 대응 문건도 만들어 조율된 방식으로 보도자료를 내는 것을 합의하고 RC를 보도 금기어로 정하는 등 학생들과 소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언론 보도 내용을 관리하고 학생들로부터 시흥캠퍼스 실제 내용을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지난 4년간 시흥캠퍼스 추진을 지켜봐왔다. 총학생회를 상대로 대학본부가 가장 당당하게 말한 것이 RC를 안한다는 거시었다. 너무 화가 난다. 지금까지 대학 관계자들이 해온 말들은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인가. 대체 학생을 어떻게 생각했기에 이런 짓을 벌였나. RC는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이고, 시흥캠퍼스에 관련돼 대학본부를 믿을 수 없게 됐다. 대학본부가 자초한 일이고 이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학생들은 본관점거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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