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서강대 학생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박홍 전 총장이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합격을 위해 주요 언론사 고위 간부들을 직접 방문하는 등의 열의를 보이는가 하면 정책적으로 학내 「언론고시반」을 적극 지원, 높은 합격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회자됐기 때문이다. 특히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의 행동은 진위여부를 떠나 대학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그렇게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로 받아들여졌다. 입법 사법 행정부와 더불어 제4부로 지칭되는 언론, 이 분야에 많은 동문이 진출해 있다는 것은 그 숫자만으로도 대학경쟁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사실. 대학관련 정보가 극히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언론에 비춰지는 대학 소식은 「돈 안드는 홍보」 그 자체이며, 언론계에 진출한 동문은 훌륭한 내조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국 1백63개 4년제 대학 중 가장 많은 언론인을 배출해낸 대학은 어느 곳일까. 한국언론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신문방송연감 96」을 분석, 전국 종합일간지 편집국과 출판국의 차장이상, 그외 부서는 부국장 이상의 출신대학 분포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언론인을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이다. <표1 참조> 서울대 출신의 언론인은 전체 조사대상자인 총 2천53명 중 3백42명으로 16.66%를 점유하고 있다. 2위는 2백12명이 진출한 고려대(10.33%), 3위는 1백52명의 중앙대(7.40%), 4위는 1백20명의 성균관대(5.85%) 그리고 5위는 1백18명의 연세대(5.75%) 순이다. 국어 영어 상식 등 기술적인 문제로 신입사원을 선발했던 과거 언론사의 입사시험 형태를 감안하면 이런 결과는 별스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다른 분야와 달리 서울대의 독식 비율이 낮은 점이 특징이라는 평. 또한 연세대와 고려대의 언론인 동문수가 1백여명 정도 차이나는 점도 이채로운데 이는 전통적으로 인문사회계열에선 고려대가, 이공계열에선 연세대가 강세를 유지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언론계 진출현황이 두드러진 대학은 한양대(90명), 한국외대(71명), 경희대(71명) 그리고 지방대에선 부산대(62명), 전남대(58명), 조선대(55명)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이들 대학 가운데 한양대는 과거 공과대학의 명성에 어울리게 공대 출신의 언론인이 적잖은데 조선일보 미술팀장(섬유)을 비롯 원자력, 건축, 화공학 전공자의 진출도 활발한 편이다. 또한 중앙대와 성균관대는 신방, 정외, 법학, 그리고 홍익대는 미술계열 출신의 기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각 대학의 특성화분야와 언론계 진출현황이 비례관계를 갖는 흥미로운 결과를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전국 종합일간지와 통신사로 진출한 각 대학별 언론인 분포현황을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의 상위권은 소위 메이저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수도권 소재의 대학들이 점유하고 있는 반면 11위부터 20위까지는 전남대 경북대 영남대 제주대 충남대 등 지방 국 · 사립대학 졸업자들이 골고루 분표돼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같은 현상은 조선 동아 중앙 등 9개 중앙일간지의 언론인 분포현황에서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진다. <표2 참조> 전국 언론인 분포현황에서 1위를 기록한 서울대(2백24명)를 비롯 2위 고려대(1백5명)는 부동의 입지를 굳히고 5위였던 연세대(59명)가 성균관대(59명)와 공동 3위로 올라서는 한편 중앙대(53명)가 5위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전체 순위에 있어선 커다란 변화가 없는 반면 메이저 대학들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진 것이 특징. 특히 이화여대의 중앙일간지 진출현황이 두드러지는데 전체 언론인 분포현황에서 25위(17명)를 기록했던 이화여대는 중앙일간지 종사자가 11명, 종합 순위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일간지 종사자들의 분야별 분포현황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표3 참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의 취재 편집분야 종사비율은 여전히 높다. 특히 논설위원은 서울대(70명) 출신이 강세를 띠며 2위 고려대(28명), 3위 연세대(21명), 4위 성균관대(10명)가 훨씬 앞서고 있다. 또한 사진 분야는 중앙대(17명)가 독보적이며, 광고는 중앙대(12명) 성균관대(10명) 경희대(7명)가 우위를 점하고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역사의 현장에서 사실을 기록하고 독자에게 진실을 전달해 줄 언론인의 위상과 역할은 정보화시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때문에 각 언론사에선 보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을 도입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또한 언론계로의 진출을 꿈꾸는 무수한 재원들이 오늘도 「언론고시」의 합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있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공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언론고시만 파고도는 학생들의 구태는 물론이고 언론사가 앞다퉈 도입하는 새로운 전형 역시 주요대학에만 문호를 열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향후 10년 뒤 언론계 대학별 분포현황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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