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보신각 일대서 집회 … 서울광장 일반시위대 합류
청와대 일대 집회금지 풀려 … 주최 측 추산 100만명 이상 행진

[한국대학신문 이재·손현경·이재익·구무서 기자] 대학교수와 직원, 학생 등 3200여명은 12일 낮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나고 있는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은 박 대통령 본인이라며 즉각 하야를 촉구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와 중구 보신각 일대에서 집회를 시작한 이들은 이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민중총궐기에 합류해 서울 시내를 행진했다.

대학생들은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대학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은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거리로 나왔다.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다. 주인이 명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 전국 대학생 2000여명이 대학로에 모여 '박근혜 퇴진'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이재익 기자)

발언에 나선 416대학생연대 장은하 대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아직도 당시에 머물러 있다. 짙은 안개로 출항이 어려운 그 때 왜 세월호만 출항했는지, 참사의 각종 원인들이 규명되지 않았다. 전국에 모인 대학생들이 박 대통령 퇴진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안전사회 구축을 한 마음으로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대학생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공동선언문을 통해 “온 국민이 현 사태에 분노하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다는 것은 최순실이라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박근혜 정권의 4년 속에 이미 축적돼 있던 분노가 폭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 없는 국가, 이러한 상실의 시대 속에서 대학생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시 30분경 행진을 시작해 대학로 일대에서 청년총궐기 참여자들과 합류해 서울광장까지 진입했다. 대학생 시위대 행렬은 많은 시위 참여자로 한 때 행진이 정체되기도 했다.

행진에 참가한 대구한의대 정재민씨는 “아침 8시 버스로 대구에서 올라왔다. 예비 의료인으로서 이번 시국이 더욱 엄중하게 다가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료민영화를 추진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 미흡한 대응을 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제 알고보니 그 뒤에 비선실세로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화가 난다. 하야가 답이다"고 말했다.

▲ 시국대회에서 대학생들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사진=이재익 기자)

대학 직원들은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약 1000여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직원들 역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대학말살 저지, 교육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단순히 대통령 측근의 비리 문제가 아니다”며 “다수의 지지로 선출된 대통령이 일개 개인의 아바타에 불과했다는 데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허수아비 대통령을 앞세운 국정농단 세력에게 온 나라가 기만당하고 국민들의 자존심이 짓밟힌 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농단은 광범위하게 일어났으며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과정의 부정이 확인되고 있고 최씨의 조카 장시호의 연세대 입학특혜 의혹 역시 일고 있다. 교육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이라는 특혜로 보답했다. 그 동안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비호해왔다는 의혹이 확인되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노중기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대학에서 처음 드러났다. 지금 대학이 대학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정리해고가 넘친다. 상지대 등 비리사학이 판치고 최씨의 아바타가 대학을 짓밟고 있다. 이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가. 출발점은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대학사회는 한줌도 안되는 교육부 관료들의 하수인이다. 비리사학 주범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부려먹다 버리는 게 현실이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아래로부터 대학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권력을 갖고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 박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이 이 나라의 평등하고 안전한 민주공화국을 이룩하는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전국대학구조조정공동대책위원회는 12일 오후 1시 종각에서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사진=이재익 기자)

대학 교수들은 이어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부터 ‘헌정파괴의 주범 박근혜 즉시 퇴진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결의대회’를 열고 4시경 시위대에 합류했다.

교수들은 “이 정권이 비선실세에 의존하고 재벌과 야합해 벌인 헌정파괴와 국기문란의 범죄행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각되고 있다. 이 정권은 이른바 검찰 수사라는 형식을 통해 지상을 축소은폐하고 박근혜의 범죄행위를 국정행위로 왜곡·변조함으로써 면죄부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과 함께 분노해온 전국의 교수연구자들은 오늘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전 국민적 의지를 모은 백만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 퇴진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헌정파괴 행위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민주공화국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송주명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은 “이미 자격을 잃은 대통령이 있겠다고 버틴다. 물러나라고 해도 안 물러날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존권을 박탈한 국민의 적이다. 대통령이 있는한 행복할 수 없다.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현 상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했다. 헌법 최고수호자는 국민이다. 행동하는 주권자인 국민만이 헌법을 제대로 수호하고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을 수호할 수 있다. 여기 이렇게 모인 것은 행동하는 주권자들이 헌법1조처럼 민주공화국을 이룩하기 위해서 왔다. 박근혜 정부를 끝장내자”고 말했다.

▲ 투쟁결의대회를 마친 대학구성원들은 광화문으로 행진하며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사진=이재익 기자)

대학직원과 교수는 각각 2시 40분과 4시경 민중총궐기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 집결한 다른 시민들과 합류해 청와대 방면으로 5시 30분경 행진을 재개했다.

이날 시위에는 전국에서 시민 약 1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지방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상경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일반 시민 참가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데리고 나온 윤희정 씨는 “이 나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와야 한다.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살 나라가 아닌가. 좋은 나라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시위참가를 위해 올라온 민보영 씨(33)는 “이번 시국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상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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