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학부·대학원 축소 발표에 정면 반발

서울대 일부 교수들이 정운찬 총장에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 총장이 밝힌 임기내 학부·대학원 정원축소 방침을 두고 해당학과 교수들이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교수들은 정 총장이 학내 문제를 정작 교수들과는 상의하지 않고 마스터플랜에 포함시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구성원들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정 총장의 발언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이공계 교수들 쪽이다. 개교 후 처음으로 입학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이공계 기피 현상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정 총장의 정원축소 발언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만약 정 총장 계획대로 대학원 정원이 줄어들게 된다면 더 이상 학과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생대 한 교수는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원 축소의 뜻은 이해하나, 대학원 정원 축소는 이공계 교수들한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라면서 “정 총장이 그런 민감한 문제를 두고 우리와는 상의 한마디 없이 외부 강연 등을 통해 임기 내에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교육 전문가들도 학문의 특성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원 탓에 상당수 대학원생을 각종 연구와 실무자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서울대 이공계 쪽으로서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이공계 교수들은 정 총장의 정원축소방침이 언론을 통해 잇따라 발표되자 긴급히 모임을 갖고, 그 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던 정 총장이 이런 발언을 하는 숨은 의중은 있는 것은 아닌지, 정원 축소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정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역사학이나 정치학 전공 교수들도 정 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총장이 최근 경제인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일부 중복학과 폐지 방침을 언급하면서 역사학과와 정치학과를 직접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들 학과의 일부 교수들은 정원 축소 문제가 정 총장의 판단이 아닌 학교 자율로 결정할 문제라며 정 총장을 비난하고 있다. 역사학 전공의 한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력한 기득권 집단 중 ‘하나’라는 사실을 정 총장이 모를리 없을 텐데 정원축소 같은 민감한 문제를 이렇듯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니는 저의를 모르겠다”면서 “동양사학과 서양사학, 국사학과 등 세부적으로 학과가 나뉘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필요해서 나눌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다시 통폐합하겠다고 운운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학과 교수들은 서울대가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성장을 위한 계획 실천보다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원을 줄인다고 ‘인문학의 위기’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정 총장이 외부에서 정원 축소 등과 관련된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으며, 이후 개최되는 교내 토론회나 교수 간담회 등을 통해 정 총장의 명확한 의견제시를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정 총장이 구체적인 축소 규모와 방법 등을 밝히는 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한 교수는 “정운찬 총장이 아무리 훌륭한 개혁 구상을 갖고 있더라도 서울대 교수들의 반발에 부딪힌다면 그 개혁을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정 총장이 교수들의 이해와 동의를 먼저 구하고 학교 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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