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는 박근혜 ‘불통정치’ 닮은 ‘불통교과서’” 맹비난

교육부, 국정 강행…“올바른 역사 인식 정착 위한 정책”

[한국대학신문 손현경·황성원 기자]  오는 28일 교육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를 앞두고 교과서의 국정화 중단 목소리가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학교수들은 “학생·학부모·교사 등 국민 모두가 반대하는데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박근혜 정권의 ‘불통정치’가 관성적으로 배경이 된 것”이라면서 “‘국정논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전국 102개 대학 561명의 역사학 관련 교수들은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와 오는 28일 발표예정인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취소"를 요구했다.(사진 =한명섭 기자)

15일 서울 동승동 흥사단 강단에서는 전국 102개 대학 역사 교수 561명이 국정교과서 폐기를 주장했다.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정권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만든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 자체가 오랜 세월 시민들이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역사교수들은 역사교과서의 추진 과정이 민주주의와 교육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이 친일과 독재를 두둔하고 수많은 오류로 점철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라고 교육현장을 다그쳤지만 국민들에게 거부당하자 느닷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왔다”면서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혼이 비정상’이라느니 ‘책의 전체 기운’이 어떠니 하는 대통령의 무분별과 ‘대한민국 국사학자의 90퍼센트가 좌파’라는 여당 지도부의 근거 없는 선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부는 국정화가 실행될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권력의 주문에 따라 온갖 무리와 편법을 거듭해가며 맹목적으로 추진하고, 지금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아 달라는 말로 본질을 가리려 한다”면서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내용을 놓고 토론을 시작할만한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역사교수들은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취소를 요구했다. 새 교과서를 만들기 전까지는 현재 사용되는 검정교과서를 이용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역사 전문가들의 반대를 억누른 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자의적으로 작성한 2011년 이전으로 돌아가 교육과정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형진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정교과서 관련해 정부가 역사학회 의견 등을 수렴해서 진행한 것이 하나도 없고 일방적으로 밀실 처리해서 진행했다. 그야 말로 지금 현 정부의 ‘불통’인 부분과 똑 닮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8일에 웹본을 공개하고 이후 일반인 의견 수렴을 거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승욱 충북대 역사교육과학장은 “일반인 의견 수렴 과정이 비공개로 추진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이 지적한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요식행위로 넘겨버리려고 하는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한국역사연구회장 역시(대림대학 교수)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확인 할 수 없다. 형식적인 절차만 밟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이전에 집필기준, 집필진을 공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도 “이후 여론에 떠밀려 발표를 해도 발표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질문도 안 받더라. 그야 말로 ‘불통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역사교수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정교과서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처음부터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됐다”면서 “정부·여당은 국정화 폐기를 선언하고 법률적·행정적 후속조치를 마련하라”고 밝혔다.

‘역사교과서가 비선실세 최순실과 연관 있다‘는 세간의 의혹과는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삼헌 건국대 일어교육과 교수는 “‘최순실 교과서’는 어찌 보면 음모론일수도 있다. 애초부터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국정교과서는 그 출발점인 ‘한 교과서로 통일 한다’는 관점에서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정통성에 문제제기를 해야 할 부분 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앞서 지난 1일 43개 역사 관련 단체가 국정 역사교과서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을 기점으로 484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이준식 부총리를 비판하는 선언문을 냈다.

보수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대한민국의 뿌리가 1919년 3월1일 독립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역사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제작될 경우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측은 “국정교과서는 올바른 역사교육이라는 큰 목표 아래 진행되는 정책이다. 예정대로 28일에 국정 한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고 내년 2월 학교 현장에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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