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라∼ 랄라라∼』 박중훈의 코믹한 춤과 익살스러운 표정이 압권인 「OB맥주」의 광고가 장안의 화제다. 「깨끗한 물」을 컨셉트로 맥주시장을 뒤흔들었던 「하이트맥주」의 선풍에 버금가게 「잘익은 맥주」를 맥주시장의 총아로 키워낸 것이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광고주의 마음까지 앗아간 이 광고의 주인공은 김규환 CF감독.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광고계에 입문, 28세에 국내 최연소 CF감독이 된 김규환씨의 작품으로는 세진컴퓨터랜드의 「강강수월래」, LG패션의 「패션코리아」, 신세계백화점의 이미지광고 「윤복희씨의 미니스커트」등이 있다. 김규환 감독뿐만 아니라 광고계에서 홍익대의 파워는 막강하다. 권중호 오리콤 CI팀 부장, 김강용 크레이터 크레이터 대표 등 「미대」 출신의 튀는 감각이 광고계의 속성과 맞물려 제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는 「서울대 출신」이 적어도 광고분야에서는 커다란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 제일기획에서 발간한 「96 과오연감」의 「광고인명록」을 분석, 제일기획 LG애드 금강기획 등 국내 광고관련회사 차장급 이상의 2천6백41명의 학력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중앙대 고려대 홍익대가 국내 광고업계의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표1 참조> 언론계와 문단에 이어 이들 3개 대학은 대학고유의 자유로운 학풍에 힘입어 가장 「창조적인 직업」으로 일컬어지는 「광고계」에서도 그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 카피라이터 CF감독 AE CM플래너를 비롯 순수한 의미의 광고인뿐만 아니라 광고영업 및 관리담당자까지 조사대상에 포함한 제일기획의 「광고인명록」 집계결과, 중앙대는 총 2백99명(11.3%)의 동문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광고메카임을 증명했다. 또 고려대는 2백41명(9.1%)을 배출, 2위를 기록했고 홍익대는 2백39명(9.0%)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그뒤를 이어 한양대가 1백93명(7.3%), 서울대 1백62명(6.1%), 연세대 1백55명(5.9%), 성균관대 1백50명(5.7%), 서강대 1백4명(3.9%) 순이며 상위 10개 대학 동문의 수가 전체 광고업계의 64.7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산업대(32명)와 청주대(22명), 광주대(17명), 목원대(12명)의 상위권 진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소위 명문대학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 지방 사립대의 약진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정신을 필요로 하는 광고계의 속성을 대변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광고계의 또다른 특징은 광고의 생명만큼이나 광고관련회사들의 생명력 역시 단발적이고 유동적이란 점이다. 이는 비단 국내 광고업계만의 특성은 아니지만 「광고회사의 목숨은 광고주에게 달려있다」는 속설처럼 해마다 광고회사가 광고주의 입김에 따라 부침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광고를 수주해 일약 국내 10대 광고대행사로 급부상했던 「웰컴」이 대표적인 예. 특히 국내 주요 광고대행사의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열사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한해 평균 4조원이 넘는 광고시장에 아예 광고주가 뛰어들어 자신들의 광고는 물론 다른 회사들의 광고까지 점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LG의「LG애드」는 물론 한화그룹의 「한컴」, 해태그룹의 「코래드」, 두산그룹의 「오리콤」, 롯데의 「대흥기획」등 96년말 기준 매출액 상위 10개 광고 대행사 중 8개 광고회사가 대기업의 계열사이다. 때문에 이들 회사는 신입사원 선발을 대부분 그룹공채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국내 10대 광고대행사에 진출해 있는 광고인의 학력을 조사한 결과, 각 회사마다 독특한 학맥이 형성돼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가령 국내 광고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제일기획」은 고려대(29명), 홍익대(28명), 서울대(24명)가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고 뒤를 이어 연세대(21명), 중앙대(20명), 한국외대(18명) 출신의 광고인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LG애드」는 고려대(17명), 중앙대(15명), 한양대(10명)가 3대 축을 형성, 차장급이상 중엔 서울대 출신이 전혀 없다. 또 중앙대 출신이 1위를 점하고 있는 「동방기획」과 「MBC애드컴」도 서울대 출신이 없기는 마찬가지. 이밖에 「대흥기획」과 「코래드」 「오리콤」 「한컴」등은 고려대 출신이 가장 많고 「서울광고기획」은 연세대가 1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표2 참조> 이번 집계결과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광고계의 경우, 세칭 명문대란 타이틀보다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소위 인기학과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중앙대의 신문방송, 문예창작, 사진, 고려대의 신문방송, 홍익대의 미대 출신자들이 광고계에서 눈부신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 예. 이같은 양상은 특히 각 대학별 진출분야가 중앙대는 카피라이터, 고려대는 광고기획, 홍익대는 감독과 디자인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진 활동상을 보여주는 것과 무관치 않다. 흔히 「자본주의 꽃」으로 불리는 광고. 광고대행사 화이트 대표 조동원씨(서강대 신문방송 졸)는 「「광고맨」을 여의도로 보내자」는 글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곧잘 등장하는 CF감독이나 광고인들은 인생을 왜곡시키는 비정상적인 기행의 장본인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광고인 「유아독존」식 사고방식은 광고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을 알고 세상물정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줄 알며 과학적 조사방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 어보고 재테크는 창조의 적으로 간주, 사심이 없고 직급간 서열없이 일하는 평등한 관계에 익숙해 있는 만큼 「광고맨」을 여의도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정국을 빗댄 광고인의 특성을 표현한 광고인다운 독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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