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경상대 홍보실장

2004년 3월부터 대학 홍보실에서 일하고 있다. 12년 동안 내가 한 일은 이른바 ‘대학 홍보’이다. 대학은 홍보를 왜 하는가.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우리 대학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자랑하여 전국에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이다. 둘째 역시 그 자랑으로 인하여 기업체 인사 담당자의 입맛을 당기기 위해서이다. 셋째 잘 가르치는 것과 열심히 연구하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 국민세금이 적어도 우리 대학에서는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이다. 사실은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점은 역설적으로 각 대학이 입학정원만큼 신입생을 채우기 쉽지 않다는 것과 졸업생이 죄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는 대학이 국가와 인류를 위해 성실하게 교육하고 연구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행한 시대 대학의 모습이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대학은 턱없이 많아졌고 그 와중에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하여 지역대학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사회ㆍ기업 환경의 변화를 견인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뒤따라가기에 급급하다. 새로 취임하는 교육부장관마다 빛나는 업적을 남기려고 하다 보니 정책은 조변석개한다. 예산으로 대학을 통제한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다. 소용돌이에서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홍보할 수밖에.

홍보란 무엇인가. 두 낱말로 표현하면 ‘과장’과 ‘포장’이다. 진리의 상아탑이자 학문의 전당이요 지성인의 요람인 대학이 어쩌다가 과장과 포장으로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는가.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대학이 사기업처럼 홍보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은 대학의 역사에 비추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껏 30년 정도 되었을까. 앞으로 대학 간의 홍보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즉, 정원 채우기와 취업률 높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다. 홍보실의 가치는 그만큼 커질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정말 제대로 된 사회라면 대학홍보가 필요 없지 않을까. 모든 젊은이가 대학에 갈 필요 없는 사회, 기술만 익히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뿐더러 개인의 자존감도 지킬 수 있는 사회는 어떤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에 걸맞게 직장을 찾아갈 수 있고 배운 만큼 모두를 위하여 더 많이 기여하는 사회는 또 어떤가. 대학서열을 매길 필요 없이 모든 대학이 각각 개성과 특성화로 발전해 가며 그것으로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사회는 정녕 불가능할까. 그런 사회에서 굳이 우리 대학이 더 잘 가르친다, 우리 대학이 더 잘 연구한다고 경쟁하듯 홍보할 필요가 있겠는가.

대학이 경쟁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없는 사회를 꿈꿔 본다. 입학과 취업 담당 부서가 실적 경쟁으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는 대학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러저러한 기관의 대학평가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사회도 떠올려 본다. 12년 이상 홍보실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아이러니이다. 아직은 신기루 같은 먼 옛날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런 세상이 꼭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보도자료 이메일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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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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