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은 어느 대학 출신이 될까? 여권의 9룡 중 한 인물이 대선주자로 낙점되고 여당이 승리한다고 가정한다면 차기 대통령은 서울대 출신일 가능성이 77.7퍼센트이다. 영입파인 박찬종 고문과 이수성 고문, 이회창 대표는 물론 이미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이인제 경기지사 그리고 이홍구 고문과 이한동 고문, 김덕룡 의원 등 9룡 중 7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비서울대 출신은 최형우 고문(동국대)과 김윤환 의원(경북대) 뿐. 여기에 최근 여당의 새로운 대통령후보로 출마의사를 밝힌 김종호 의원까지 가세한다면 서울대 출신의 당선가능성은 80퍼센트이다. 그러나 킹메이커로서의 김윤환 의원의 위치와 최고문의 최근 병력을 감안할 때 차기 대권이 서울대로 이양될 가능성은 1백퍼센트로 추정해도 무방할 정도. 바야흐로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권력의 헤게모니가 육사에서 서울대쪽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인물연감사에서 발간한 「사진으로 본 한국인물연감 1996」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건국이후 국가원수를 비롯 전현직 차관급이상과 국회의원 그리고 국가기관에서 활약상이 두드러진 공직자를 수록하고 있는 이 자료에 따르면 4백48명(31.4%)이 서울대 출신이고 고려대 출신이 1백30명(9.1%), 육군사관학교 90명(6.3%)으로 서울대와 그 뒤를 잇는 2, 3위 대학간의 격차가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참조> 특히 전직 정관계인사의 주류를 형성했던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의 수가 최근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며 서울대 출신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보사태와 관련 3월 단행된 정계 개편에서도 박상범 국가보훈처장(고려대)을 제외한 고건 신임총리, 강경식 경제부총리, 강운태 내무부장관, 이환균 건교부장관, 최상엽 법무부장관 등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 기용됐다. 이밖에 정관계인사가 많이 배출된 대학으로는 연세대가 76명(5.3%), 동국대와 건국대가 각각 48명(3.4%), 성균관대 47명(3.3%), 경북대 42명(2.9%), 중앙대 41명(2.8%), 동아대 37명(2.6%)으로 이들 10위권 안의 대학이 전체 정관계인사의 과반수가 넘는 70.5퍼센트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정관계인사의 학력을 집계한 결과 눈에 띄는 부분은 영남권 지역 대학의 강세. 이는 근현대 정치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과거 군사정권 출범이래 TK세력의 지지기반이었던 이 지역 대학출신 인사들의 급부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PK도 최근 들어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대(32명)와 경남대(8명) 출신 인사들도 정관계진출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몇몇 대학의 경우 최근 「소산파문」으로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동아대는 한보대출비리사건과 관련 「깃털론」을 주장했던 홍인길 전 청와대총무수석이 구속되는 한편 박관용 의원이 여당의 사무총장으로 기용됨으로써 희비가 교차된 대표적인 사례.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정관계인사를 배출한 고려대도 한 예. 이원종 전 정무수석이 비운을 맞은 것은 물론 김현철씨와 연관된 고려대 경영대학원의 인맥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보내지고 있다. 정관계인사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현역 국회의원. 최근 한보거액대출비리사건과 관련된 국회청문회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경우 지역구와 전국구를 합한 전체 2백9명 중 1백18명(39.4%)이 서울대 출신이다. 이는 전체 정관계인사 중 차지하는 서울대 출신(31.4%)의 비율보다 높은 수치다. <표2 참조> 각 정당의 실세인 당 3역을 살펴보면 서울대의 파워는 더욱 막강하다. 신한국당 박희태 원내총무를 비롯 국민회의 박상천, 자민련 이정무 원내총무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정책위의장 역시 국민회의 이해찬 의원, 자민련 허남훈 의원이 서울대 출신이고 신한국당 김중위 의원만 고대출신이다. 또한 사무총장은 신한국당 박관용 의원이 동아대 출신이고 국민회의 한광옥 의원, 자민련 김용환 의원이 서울대 출신이다. 서울대 다음으로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한 대학은 고려대(43명).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과 신한국당 홍문종 의원, 자민련 한영수 의원 등이 고려대 출신이다. 다음은 15명을 배출한 연세대. 신한국당 한승수 의원과 국민회의 박정수 의원 그리고 자민련 김종학 의원이 이 대학 출신이다. 이처럼 소위 3대 메이저 대학으로 불리는 이들 세 대학이 배출한 국회의원 숫자는 무려 1백76명. 전체 인원 중 58.7퍼센트가 이 대학 출신들이다. 이밖에 중앙대가 12명, 경희대와 육사출신이 각각 11명이고 성균관대 10명 순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총선이후 일부 대학에선 이들 국회의원들의 학력을 학부가 아닌 전문대학원 등의 학력까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동인 인물의 명단이 여러 대학 소식지에 동대학 출신인 사로 겹쳐서 발표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권력 가까이 있는 동문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받아보고자 했던 대학들의 안타까운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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