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근 (본지 논설위원/서울과학기술대 연구산학부총장)

쇼설 미디어에서 사물인터넷까지, 가상현실에서부터 합성생물학까지. 이들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이미 도래한 현실로 받아들여져 우리 주변과 온통 연결된 삶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환경적 변화와 함께 혁명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는 기회와 위협에 우리 대학은 상아탑의 범주를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이 시대에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적응해야할지 전공 영역에 상관없이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고민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각자 대학의 강점과 특화된 분야를 최대한 내세우고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잘 연계해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유치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산학협력 키워드와 연계된 LINC+사업이나 창업선도대학 사업 등은 더욱 그러하다. 정부에서 “국가 산학협력 활성화 5개년 기본계획”에서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 5만개 창출과 창업을 통한 청년실업자 해결에 있다. 쉽지 않다. 하루빨리 유태인의 유래 없는 국가성장 모델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비밀스러운 정신적 자산인 후츠파에서라도 창조경제 혁신의 로드맵을 찾아보아야할까 보다. 이를 위해서 대학에서도 기존 산업을 뚫어버릴 만한 신기술과 사업 모델을 과감하게 발굴해 실행하는 것만이 핵심 경쟁력일 것이다. 20년 안에 현재 일자리의 70%가 사라진다고 한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기계인간의 출현도 배재할 수 없다. 문명 전환을 이끄는 인공지능(AI)시대가 지구촌의 산업구조, 직업형태를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PC, 모바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5억4000만년 전 캄브리아기에 지구 생물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듯이 앞으로는 냉장고·세탁기·자동차 등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생산할 것”이라 했다. 손 회장은 “1조 개가 넘는 기기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데이터는 IT(정보기술)뿐만 아니라 쇼핑·교통·헬스 케어·금융 등 현존하는 모든 산업을 완전히 재편할 것”이라며 ‘싱귤렐리티’(Singularity, 질적 도약이 생기는 특정 시점)를 언급했다. 싱귤렐리티의 의미는 본래 수학에서 값이 무한대가 돼버린다든가 값이 불연속적이거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값들이 아닌 경우 그 지점을 특이점이라 부른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말인데 과학기술이 폭발적 성장단계로 도약해 인간 본연의 생물학적 조건을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을 뜻한다.

이 용어는 괴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가 활용해 유명해졌다. 커즈와일은 2005년에 출간한 저서 특이점이 다가온다(Singularity is near)에서 ‘기술적 특이점’ 즉 싱귤렐리티 도래를 주장했다. 이 책에서 커즈와일은 싱귤렐리티를 일반 과학에 적용시켜 ‘과학기술 빅뱅 시점’으로 봤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30년후인 2045년경 인류는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가 출현하는 이 특이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지금 보면 아직 말이 안 되는 것도 많다. 커즈와일은 2020년 이후가 되면 진단의학이 극적으로 발전해 기대수명이 150세까지 늘어나고 2030년 이후에는 질병과 노화과정을 첫단계부터 예방하거나 극도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1000세 수명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현재로서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과 흐름 하에서 우리나라의 대학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1세기 하이테크 경작을 비교적 잘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싱귤렐리티 시대를 맞아들여 인간적인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지도자의 양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한국의 젊은이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몇 안 되는 민족의 자원인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글로벌 시대에 도전하는 창의형(적인) 과학기술인재 육성만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다. 대학이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정해진 바 있는 국가전략프로젝트 분야인 AI·가상·증강현실(VR,AR),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드론·로봇·빅데이터, 스마트시티, 정밀의료기반 구축, 바이오-메디컬 분야 등에서 그야말로 ‘First Mover’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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