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공동기획<그래도 대학 자율성이 먼저다>上] 대학 종속과 황폐화 막는 '대학 자율성' 패러다임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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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학 자율성 긴급 진단

사상 초유의 권학유착이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걸쳐 드러났다. 박범훈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중앙대 특혜, 최근 비선실세 사태에 연루된 이화여대 사례는 대학이 권력과 정부, 자본에 종속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년째 총장이 임명되지 않는 국립대 문제는 어떤가. ‘대학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구호가 아니지만 ‘대학 자율성의 위기’는 명백해 보인다. 그래서 ‘대학 자율성’을 다시 꺼냈다. 더 이상 대학의 붕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 본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세 차례에 걸쳐 대학 자율성을 진단하고 제고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上. 2016년 대학 자율성 긴급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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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1월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김준영 전 대교협 회장이 황우여 전 부총리에게 대학규제개혁건의백서를 전달하고 있다.(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헌법 제2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대학 자율성은 헌법 두 조항을 통해 보장된다. 제22조는 학문 집단공동체로서 대학의 자유를, 제31조는 대학이 정부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기관 자율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대학이 온전한 자유를 보장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학 자율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부터다. 이때 도입한 시장경쟁 개념은 대학의 다양성과 자율성, 수월성을 표방했다. 요건만 맞으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해 대학시장 진입을 자유롭게 한 대학준칙주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동시에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입시 측면에서 세 가지를 금지하는 삼불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역대 정부가 모두 삼불정책을 제외하고 대학 자율화 정책을 표방하고 펴왔다. 대학 자율화는 주로 기관 자율성을 토대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다. 교수와 학생의 학문-연구의 자유는 법적으로는 보장하지만 재정지원을 특정 분야로 몰아 유도하는 정책이 유지돼 왔다.

이처럼 역대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 자율화 기조를 유지한 것은 대학 경쟁력과 교육 질 제고를 위해서다. 정부가 대학들을 일일이 관리하기보다는 대학 울타리를 제거해야만 대학들 스스로 모형을 다양화 하고 연구여건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사회 각 분야가 요구하는 최적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자율화 정책은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낮은 체감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올해 본지가 전국 4년제 대학교 기획처장 46명을 대상으로 ‘대학 자율성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는가’를 10점 척도로 물었을 때 자율성 점수는 평균 2.78점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자율성이 보장되기 보다는 극도로 통제되고, 또 위축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 <표> 정부 부처별 대학 규제 내용

■대학 생존경쟁 시대의 자율성= 대학가에서는 정부와 대학이 생각하는 자율성 개념이 다르며, 간극도 크다는 게 중론이다. 정책 입안자들과 교육행정학자들의 경우 ‘규제 개혁’을 대학 자율화 정책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각종 규제들을 기본적 금지에서 기본적 허용 원칙으로,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 규제로, 타율적 규제에서 자율적 규제로 전환하는 방향을 편다면 대학 자율화가 유지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요구하는 자율성은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운영, 재정, 교원 임면, 국제화 등 전 방위에 걸쳐있다. 특히 대학의 생존 자체가 화두인 현재 자율성의 핵심은 ‘현 체제와 재정으로 대학이 스스로 존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담겨있다.

실제로 대다수 대학 운영진이 꼽은 박근혜 정부의 대학 정책 중 가장 큰 대학규제는 ‘평가’다. 대학의 기본적인 여건과 교육 질을 평가하는 기관평가인증과 달리 정부가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포함한 재정지원사업,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을 통해 대학의 재정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수도권 사립대 총장은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총액이 낮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이 높아지게 된 원인을 대학에 떠넘기면서 나온 정책이 국가장학금 2유형”이라면서 “정원감축을 꾸준히 유도하면서 장학금 늘려라, 등록금 동결해라 요구하는 것은 대학을 말려죽이겠다는 말 아니냐”고 토로했다.

국립대는 재정 문제와 함께 거버넌스, 즉 총장선출제도를 다시 지적했다. 한 지역거점국립대 기획처장은 “직선제와 간선제의 장단점이 뚜렷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성회계 제도 폐지 이후 국립대 재정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정지원을 미끼로 총장선출제도를 강제한다면 누가 봐도 통제라고 여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미한 규제 개혁에 대학들 ‘갈증’ 호소 =규제 개혁 측면에서도 교육부의 접근은 소극적이다. 대교협은 2015년 회원교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재정·회계 △대학 및 법인운영 △대학정원/선발(입시) △학사운영 △교육여건/시설 △교직원 △국제화 △산학협력 등 8개 분야에서 규제개혁 대상으로 86가지 과제를 꼽아 건의했으나, 이 중 받아들여진 규제개혁도 미미한 수준이다.

△교지 2km 이내 부지를 단일부지로 인정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 △초과 확보한 교사 산업체 사용 △1+3 공동운영과정 및 해외캠퍼스 설립 허용 등을 제외하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선 취업 후 진학을 독려하기 위한 학사 규제 완화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학자금 지원제도 개선 방안에서 국가장학금 2유형 자체노력을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면 참여 가능하도록 한 것도 대학의 고통에 비해 미미한 규제 완화라는 평이다.

노기호 군산대 교수(법학과)는 ‘고등교육분야 교육규제개혁 처리현황과 과제’ 연구를 통해 △대학등록금 상한제 규제 완화 △학생선발 및 정원규제 완화 △대학별 고사(적성고사) 시행 규제 △산학협력단 연구용역 부가세 면세조항 신설 등 4가지를 교육현장에서 시급히 개혁되기를 원하는 건의 과제로 선정하고, 정부의 불수용 방침이 완고하다는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노기호 교수는 “미온적인 수준의 고등교육분야 규제개혁 실적으로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규제 원칙을 통해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민과 사회의 고등교육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규제개혁 방안으로 과제를 선정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학등록금 책정 등 대학운영 주체와 학생 및 학부모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과제일 경우 당사자 의견수렴과 함께 이익과 공익의 사회적 기본원칙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2015년 9월 총장직선제 유지를 외치며 투신 사망한 고현철 부산대 교수를 추모하고 대학자율성 확보를 요구한 전국교수대회(사진=이재익 기자)

[BOX]대학 근본적 자율성 확보 위해서는 고등교육 법령체계 전면적 수술 필요
평가인증제를 통한 국가 지도감독 방식 생각해볼 필요

대학들은 대학 자율성과 관련,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가 대학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총장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수술 없이는 교육부가 대학을 통제하고 소원수리 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다.

이를 위해 대학 자율성에 대한 토론을 통해 시각차를 줄이고, 대학 자율화 정책의 목표와 방향도 재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학 자율성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고 고등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견해와, 학문의 자유 및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성 등 기본권으로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결이 완전히 다른 대학 자율화 정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 정부재정지원 체계 속에서 학생회 활동, 학내언론, 자체 연구 등 대학 구성원들의 자치 측면이 급속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느냐. 이것 자체가 대학 자율성 위기의 면면”이라며 “대학의 자치를 회복하고 자생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만 진정한 대학 자율성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변기용 고려대 교수(교육학과) 역시 '대학 자율화 정책의 쟁점과 대안' 연구를 통해 "대학 운영방식 혁신을 위한 근본적 자율화를 위해서는 기존 고등교육 법령체계와 운영체계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를 손대지 않고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나의 정치적 구호로서 자율화 논의만 반복될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는 교육부 장관의 지도 감독을 받는다' '교육부장관은 학교에 대한 지도감독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학교의 장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고등교육법 제5조에서 정부에 주어지는 포괄적 대학 지도감독권을 중장기적으로 삭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에 대한 기본적인 법령부터 규제가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에만 지도감독권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대학의 역할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향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주기적으로 평가인증을 획득하는 등 자율규제력이 있는 건실한 대학들은 일정기간 자율성을 보장하고, 부실대학에 대해 국가가 지도 감독 행하는 방식 전환하는 것 고려할 필요 있다고 봤다. 이외에도 대학 자율화 정책에서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성격과 역할 분담과 사회적 합의, 정책적 결단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학이 사회에서 해야 할 기능과 책무에 대한 고민도 패러다임 전환시 고려돼야 할 요소로 꼽힌다. 한 지역 사립대 총장은 “대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고려했을 때 대학의 자율성과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인지는 정부와 대학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면서 “대학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기관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지 못하거나 대학에 과도한 책임을 묻고 통제한다면 대학 자율화 정책이라는 슬로건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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