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을 어긴 대통령이 법을 운운하나
[사설] 법을 어긴 대통령이 법을 운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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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시민들의 거센 사임 요구에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정국 수습방안에 대해 정상화를 위한 후속조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사임이나 퇴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 임기가 헌법에 보장된 만큼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임을 둘러싼 당위성은 차치하더라도, 헌법을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을 친분이 있는 일개 개인과 그 부역자들에게 무제한 양도해 국정을 농단한 당사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운운하며 남은 잔여임기를 채우겠다고 나선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궤변이고 시민을 우롱하는 기망이다.

법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규칙이다.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적용에 차별이 있어선 안된다. 실제 발생한 사례들을 보자. 지난 17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 수험생은 도시락 가방에서 울린 어머니 휴대폰 때문에 퇴실조치 됐다. 재수생으로 알려진 이 학생은 휴대폰이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시험관의 퇴실조치에 따랐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17일 대구시 공무원 2명이 국민권익위원회 직원에게 음료수 1박스를 건넸다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대구시민이 대구시장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의 담당자로, 시가 제출한 자료를 보충설명하기 위해 1만 8000원 상당의 음료수 박스를 가져갔다고 한다. 담당 직원의 거절에 공무원 옆 탁자에 두고 나왔지만 곧바로 고발됐다.

원칙이란 이런 것이다. 선의에 의한 행위나 부정행위에 대한 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적발 즉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박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대통령은 비선실세로 지목돼 수사 중인 최순실 씨를 통해 법적으로 정해진 의무 규칙을 벗어나 사적으로 의약품을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정법 위반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 씨가 전국승마대회에서 준우승 한 것을 두고 조사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를 질책하며 담당 국장과 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두 공무원은 결국 해임됐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최순실 씨의 연설문 조작도 사실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을 최씨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했고, 전달받은 연설문을 그대로 옮겨 스스로 꼭두각시를 자처했다. 심지어는 정해진 법을  어기고 국정운영 보고자료를 대량으로 최씨에게 건네 지시를 받아왔다. 최순실씨는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딸을 이화여대에 불법적으로 입학시켰다. 이것도 친한 친구간에 이뤄진 선의의 행위인가. 도대체 대통령이 무시해도 되는 법은 무엇이고, 힘없는 국민들이 지켜야 할 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원칙으로 답해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65조에서 탄핵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 할 수 있다.

또 65조 4항에 따르면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규정했다. 다만,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고 정했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원칙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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