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한불수교 130주년 맞물려 사업 진행 논의한 듯

[한국대학신문 손현경·황성원 기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교내에서 ‘국정농단’ 최순실씨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본지 취재결과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최 전 총장이 지난해 말 교내 본관 회의실에서 차 씨와 미르재단 관계자와 함께 ‘한·불 수교 130주년’사업 관련 모임을 가졌다”며 “‘ㄷ자’ 회의실 책상에 차씨와 최 전 총장은 가운데에 양 옆으로 이화여대 교수들과 미르재단 관계자가 앉았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올해 개교 130주년을 맞고 한·불 수교 역시 130주년이 되는 것과 맞물려 최 전 총장과 문화 전문가인 차 씨가 관련 사업을 펼치려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미르재단은 에콜페랑디와 MOU를 체결했다. 에콜 페랑디는 1920년 설립된 프랑스 파리 상공회의소 산하의 요리전문 교육기관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사 양성소다.

미르재단은 설립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에콜 페랑디와 “파리에 있는 페랑디에는 한식 과정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서울에는 페랑디의 첫 해외 분교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3월 열린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에서 “프랑스의 세계적인 요리학교인 에콜 페랑디가 한식과의 창조적인 융합을 통해 같이 세계에 진출하는 것을 모색하고자 한국에 요리학교를 세우고, 또 프랑스의 에콜 페랑디 안에 한식과정을 만드는 것은 참 의미가 큰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르재단이 추진하는 것으로 공개된 유일한 사업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한식세계화의 큰 성과라고 극찬했던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 분교 유치는 지난 4일 없던 일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력사업이던 한식 해외홍보 사업을 미르재단에 넘긴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최순실씨 검찰 조사를 계기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에콜 페랑디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최순실씨와 차은택 감독이었다”며 “추진 과정에서 차 감독이 호출해 회의에 가면 그 자리에 항상 최씨가 있었고 거기서 차 감독이 예산 사용과 사업 방향에 관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이와 관련 차은택과 미르재단 모임에서 이화여대 내에 한식과 프랑스 요리 교육과정을 융합한 요리전문 과정과 에꼴 페랑디 분교 관련된 사업 계획을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최 전 총장은 미래라이프대학, 신산업융합대학원도 그렇고 쿠킹 아카데미 등 미용과 요리에 특성화된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 만남도 요리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려던 것으로 내부 관계자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화여대는 미르재단이 추진했던 K-Meal 사업 추진부터 시제품 개발까지 참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속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산부로부터 제출받은 ‘Korea aid 하반기 K-Meal 사업계획’에 따르면, 당시 개발됐던 쌀 가공품의 하반기 부족분 추가제작 등 용역과제를 수행할 것으로 예정됐던 기관은 이화여대다.  이 관계자는 “이대 산학협력단의 식품영양학과가 농림부와 750만원의 용역 계약을 맺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국감 중 미르재단과 K-Meal 사업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예정됐던 해당 하반기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검찰은 이미 최경희 총장 집무실과 공관도 압수수색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최경희 전 총장이 차은택, 미르재단과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농수산 상임위에서 “에꼴 페랑디의 한식 학교에 어떻게 미르재단의 돈이 이에 사용됐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 회의실과 총장실이 있는 이화여대 본관. 지난 22일 검찰은 정유라 특혜의혹 관련 총장실을 비롯해 사무실 몇 곳을 집중 압수수색 했다. 총장실은 24일 블라인드가 쳐져있는 상태.(사진=손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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