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교류로 대학 위기 타개할 수 있을까

학점 교류로 소규모 학과·비인기 학과는 사라질 수도
대학이기주의·대학 간 장벽 거둬야 학점교류 성공 가능
‘학생 친화 시스템 구축’·‘대학 간 협력 공고화’ 과제

▲ 서울지역 총장들이 대규모 학점교류에 합의했다. '서울총장포럼' 은 지난 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3개 대학 총장과 부총장, 교무처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호 대학간 학점을 인정하는 학술교류협약을 체결했다. 23개 대학이 동시에 학점교류를 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들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은 23개 회원교 어느 대학에서나 학점을 딸 수 있다 .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해법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학점 교류’다. A대학에서 전공 9학점을, B대학에서 전공 6학점을, C대학에서 3학점을 듣는 미래는 과연 가능해질까.

서울총장포럼은 올해 2학기부터 학점 교류를 하기로 한 대학 어느 곳에서나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대학 개별적으로 교류를 맺기로 한 대학에서 학점 교류를 할 수 있었으나 대규모 대학이 함께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총장포럼 소속 대학 중 △가톨릭대 △건국대 △광운대 △동국대 △명지대 △삼육대 △상명대 △서강대 △서경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공회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이화여대 △중앙대 △추계예대 △KC대 △한국외대 △한성대 △홍익대 23개 대학이 협약을 맺었다. 이들 대학은 학부생이 원하는 대학에서 정규·계절학기를 통해 학점을 딸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졸업학점 중 절반 이내에서 교류학점 취득이 가능하도록 이수 학점도 확대했다.

이들 대학은 컨소시엄(Consortium)이나 공유대학 개념을 도입해 한 대학에 부족한 것을 다른 대학에서 인적·물적 재원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공유’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9월 열린 4차 서울총장포럼에서 학점교류 관련 연구 및 발표를 맡은 김재웅 서강대 교수(교육문화)는 “지난 3년간 대학의 학점교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정원의 3% 정도 학생이 학점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내년 1학기부터 서울총장포럼에서 본격적인 학점교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점교류는 대학구조개혁과 연장선에 놓여있다. 대학마다 학생들이 찾지 않는 학과, 사회 수요에 따라 통폐합이 불가피한 소규모 학과의 경우 소속 교수 인원도 2~3명으로 적은 편이다. 이런 경우 대학에서 소규모 비인기 학과를 없애는 대신 학점교류를 통해 학생들은 이웃 대학에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수업권을 보장해주는 형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올해 2학기부터 추진한 학점교류는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대학 마다 다른 지원 양식과 절차, 지원 자격, 학점 인정 기준, 맞지 않는 시간표, 학사 행정 처리 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 지금은 학생들이 편리하게 학점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실제 학점 교류를 했던 한 학생은 “학교마다 들을 수 있는 과목, 신청 절차 등이 까다롭고 복잡해서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으면 신청하기 힘들었다”면서 “시간표를 짜는 것도 쉽지 않아 본인이 잘 찾아야만 타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이기주의나 교수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일부 대학, 교수나 학생 등 대학 구성원이 타 대학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하면서 ‘전쟁’을 치르는 데 타과 학생 게다가 타 대학 학생과 경쟁해야 한다는 데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 해외 대학들도 학점 교류 통해 win-win 전략 세운다 = 해외 대학들은 어떻게 학점 교류를 하고 있을까.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16개 대학, 핀란드의 포리(PORI) 컨소시엄, 일본 도쿄 내 국립대학의 '4대학 연합구상'이나 일본 교토지역 28개 대학 및 단기대학 등은 협정을 체결하고 학점 교류를 실시하고 있다.

조지타운대, 조지워싱턴대 등이 포함된 워싱턴 D.C. 메트로폴리탄 지역 16개 대학 컨소시엄은 지역 내 대학들의 특성화 프로그램의 차이, 규모의 차이, 장단점의 차이 등을 극복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참여 대학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 중이다.

컨소시엄 소속 3, 4학년 대학생은 본인 대학에 개설되지 않는 과목에 한해 타 대학에서 수강할 수 있다. 이들 대학은 본교생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제공한다. 본교생이 먼저 수강신청하고 남는 자리가 있는 경우에만 타 대학생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또 대학원 수준에서 학점호환과 연구 프로젝트의 협력도 활성화돼 있다.

다만 이들 대학도 정확한 몇 명의 학생들이 학점 교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지 전산 시스템이 마련돼 있진 않았다. 직접 조지타운대를 방문해 컨소시엄 협력을 파악한 김재웅 교수는 “자체 웹사이트를 만들어 회원 대학 간 정보를 전자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학생들이 타 대학 수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행정처리 방식을 간소화하고, 인터넷에서 직접 수강신청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대학 간 학사 일정을 통일하고 학생들이 시간표를 잘 짤 수 있도록 하는 대학 간 공고한 협력도 과제다. 학점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수들에 대한 인센티브, 정부의 재정지원 등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재웅 교수는 “각 대학 별로 인기 교수의 강좌를 공개해 학생들에게 학점교류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이 초기 학점교류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