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성회비 인상분보다 이월금 총액 증액분 더 많아

국립대 기성회가 규약과 절차를 무시한 편법·탈법 운영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성회 대부분이 학교당국의 정책을 별다른 비판 없이 통과시키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온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혁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교육위 이미경 의원(민주) 지난 15일 서울대 등 전국 47개 국립대로부터 제출 받은 ‘국립대 기성회 운영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불필요한 기성회비 인상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기성회 제도의 운영방식 △투명하지 못한 기성회계 예결산 제도 등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립대들의 기성회비 평균 인상률은 7.6%로 매년 5~12%정도의 인상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2.7%로 기성회비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의 경우 전국 국립대 이월금 총액은 1천2백40억원으로 전체 기성회비 증감 총액 7백59억원보다 4백85억여원이나 많아 기성회비 인상을 비롯한 예산 편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기성회의 경우 전년도 대비 이월금 총액은 1백35억여원으로 8.2% 인상된 기성회비 증감액 1백11억여원보다 24억여원이나 많았다. 한국방송통신대는 18.6%의 기성회비 인상으로 45억여원을 더 받았지만 이월금은 1백30억여원에 달했다. 강릉대와 전남대 충남대 부산대 경북대 등도 기성회비 인상분보다 이월적립금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경 의원은 “이월금 총액이 증액분보다 많다는 것은 인상하지 않아도 될 기성회비를 인상, 국립대 운영비 부담을 학부모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라며 “기성회계는 일반회계의 보조적 성격으로 운영돼야 하는데도 국립대 기성회가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 앞장서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국립대 기성회 제도와 운영에도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최근 5년간 기성회 총회를 한번도 열지 않았거나 △기성회 규약에 ‘총회’ 제도 자체가 없어 학부모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고 △기성회 이사회에서 감사원 지적사항인 ‘월정액 연구비 지급 금지’ 조치도 무시하는 등 국립대 기성회 제도가 비민주적인 형태로 운영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의 경우 기성회 이사회 임원 선출은 규약상으로 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대부분이 학교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임되거나 전임 이사회가 후임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온 것으로 지적 받았다. 실제로 최근 서울대 총학생회가 공개한 2001년부터 2003년까지의 기성회 이사 명단과 회의록에 따르면 2003년도 기성회 이사들의 경우 기업임원 77.3%, 의사 9.1%, 법조인 4.6% 등 상류계층에 편향된 직업비율을 보였으며,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 기성회 이사들이 별다른 논의없이 결정권을 총장에게 위임하는 등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총학생회측은 “기성회 이사회가 일부 상류층 인사들로 편중돼 있어 기성회비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직업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계층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당국과 가까운 일부 인사들이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있는 기성회 규약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국 47개 국립대학 중 17개 대학은 총회제도가 아예 없으며, 관련자료를 제출한 28개 학교 중 최근 5년간 총회를 한번도 개최한 적이 없는 학교가 20개이며, 26개 학교는 기성회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매년 각 학교별로 40여억원에서 1천5백원대의 기성회 회계를 운영하면서도 전문적인 회계감사를 두지 않고 기성회 이사회에서 선임된 학부모 감사에게만 감사를 받는 등 기성회계 예결산 제도 자체의 허점도 지적받았다. 이와 관련 이미경 의원은 “대학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성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학부모 또는 학생들에게 기성회 운영을 공개하거나 참여시켜 투명성을 보장받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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