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본지 논설위원 / 연성대학 교수)

2014년 8월, 국내 한 편의점 업체가 일반 요구르트(60ml)의 4.5배 용량인 270ml 빅요구르트를 출시했다. 전언에 의하면, 편의점 측에서 빅요구르트를 제안했을 때 제조사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대용량 가공유는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출시 결과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렸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편의점 유제품 매출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면, 누가 제품을 제안했을까? 흔히 마케팅팀이나 제품개발팀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트렌트분석팀이었다. 트렌트분석팀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2012년에 만든 조직이었다. 지난 3년간의 매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요구르트의 주 구매층이 10대 청소년이 아니라 2·30대 여성이며, 대체로 여러 개를 사서 한꺼번에 마신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빅데이터는 공공(교통, 방재 등),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지식(knowledge)이나 시사점을 도출한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추출된 지식은 때로는 비상식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빅데이터 분석 사례의 고전으로 통하는 ‘기저귀와 맥주’처럼 말이다. 기저귀와 맥주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유통업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월마트는 기저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함께 산다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냈고, 기저귀 매대 옆에 맥주 매대를 위치시켜 매출을 증대시킨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상식, 직관, 경험으로는 알기 힘든 것이 데이터 속에 숨어 있고, 때로는 이것이 핵심성공요인(CSF)을 제공한다. 빅요구르트의 성공도 경험적 직관적 판단을 객관적 데이터분석이 뒤집은 경우이다.

교육계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은 어떨까? 미국의 아리조나 주립대학은 학생이 대학 사이트에 남긴 자취(검색어 등)를 분석해 세부전공 선택을 가이드 한다. 오스틴 피 주립대학의 디그리 캠퍼스는 학생이 과거에 수강한 과목의 성적 등을 포함한 수천 가지 데이터를 종합해서 개별화된 맞춤형 수강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교육 분야가 타 분야에 비해서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교육계를 빅데이터 활용 잠재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로 보고 있다.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가 발간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교육 분야 빅데이터 서비스로 에듀데이터서비스(EDSS)가 있다. EDSS는 초중등·고등 교육통계 데이터를 소정의 심사를 거쳐 학술연구용으로 제공한다. 빅데이터 활용이 아직은 일부 데이터의 수집과 저장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빅데이터 사업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일부 부처의 관심사항에 머물러 있고, 교육부는 아직 관심이 많지 않아 보인다.

교육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분야는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서비스에서 교육 정책 수립까지 다양하다. 그간 정부의 교육 정책은 일관성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정책 라인이 바뀌면 기존 정책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정책이 추진되곤 한다. 의사결정을 주로 정책 입안자들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관성과 편향성이 배제되기 어렵다. 이에 반해 데이터 기반 정책(data-driven policy)은 그런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데이터는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든 일선 학교든 정책수립과정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교육계의 수많은 빅요구르트들이 각종 교육활동이 양산한 데이터 속에 이미 숨어 있을지 모른다. 빨리 캐내어 활용해야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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