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밭대서 '2주기 대학구조개혁' 현장토론회

▲ 2주기 대학구조개혁 토론회장을 가득 채운 대학 관계자들.(사진=김소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김소연 기자] 24일 오후 2시 2주기 대학구조개혁 현장토론회가 열린 대전 한밭대 문화예술관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관계자들이 가득 찼다.

이날은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에 대한 정책연구 결과를 처음 공개하고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중점을 둔 만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등 대학협의체에서 그동안 취합한 대학가의 의견을 제시하고, 개별 대학 관계자들의 질문에 응답하고 건의안을 청취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정책연구 책임연구자인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의 발표에 앞서 “여러 학자 모시고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역시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대학의 자율권과 대학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2차 구조개혁 기본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테니 여러 통로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위권은 정원감축을 강제하지 않고 하위권은 1주기보다 강력하게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도록 유도하는 골자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 초안을 발표했다. 그는 2주기 평가는 정원감축 규모에 골몰하기 보다는 실제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자생하는 대학들의 노력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 최준열 한국대학평가원장이 24일 2주기 대학구조개혁 토론회에서 일반대학의 건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연희 기자)

■대학협의체 "2018년 하반기 실시·평가인증과 연계" 한 목소리 =지정토론자로는 일반대학 협의체인 대교협과 전문대학 협의체인 전문대교협 산하기관장들이 나섰다. 최준열 대교협 한국대학평가원장과 이해선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기존에 설문조사를 통해 취합한 대학구조개혁 관련 건의사항들을 발표하고 2주기 평가 초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은 공통적으로 2018년 하반기에 2주기 평가를 치러달라는 의견과 기관평가인증 결과와의 쌍방 연계 요구는 공통적이었다.

앞서 이준식 부총리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2017년 하반기로 1년 당기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래 1주기 평가가 2014년에 실시됐어야 하는데 1년 늦게 치러진 만큼 2주기 평가는 앞당겨야 당초 3주기 계획을 맞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은 2017년 하반기가 아닌 2018년 하반기가 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2018년 2월까지 1주기 대학구조개혁 맞춤형 컨설팅이 모두 마무리 된 시기의 실적을 반영해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으며, 그래야만 평가보고서를 준비할 시간을 6개월 이상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최준열 한국대학평가원장이 “대학에서는 평가를 준비하다보면 자정을 넘겨 집에 못 들어가고 준비할 때가 수없이 많다.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 기반을 마련할 시간조차 주지 못하는 평가시스템과 구조를 개선해달라는 부탁을 한다”고 말할 때는 청중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기관평가인증 결과와의 연계방안은 1주기에서 불발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준열 원장은 기관평가인증과 대학구조개혁 평가 간 불일치가 없도록 해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대학 현장의 피로감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통지표를 반영함으로써 대학이 이중으로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해선 고등교육직업연구소장은 전문대학이 지난 1주기에 목표치의 128.6%를 감축했다는 점을 들어 2주기에는 이를 반영해 전문대학의 정원감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당초 교육부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입학정원을 63 대 37 비율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면서 “전문대학이 우리나라에서 중견 직업인력 양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일반대학과의 형평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약속한 바는 꼭 지켜달라고 거듭 당부한다”고 힘줘 말했다.

1주기 평가절차가 편람과 달리 진행되거나 신뢰성 의혹을 받았던 부분 등을 들어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평가위원에 대해서도 직업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선정하고 교육, 평가위원 및 팀장 조율회의 등 모든 전문대학이 동일한 지표에 대해 일관성 있는 평가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세부 평가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가지표 관련해서는 전문대학의 특성을 반영해 산학협력 지표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질의응답 시간에 한 대학 관계자가 질문하고 있다.(사진=이연희 기자)

■ 일반대·전문대 관계자들 뜨거운 질의 열기 = 이날 대학구조개혁 현장 토론회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책연구를 맡은 김규원 경북대 교수에게 질문이 쏠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학관계자들은 실제 정책 연구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부터 실제로 평가 도입을 가정하고 유불리를 고려해가며 평가 지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소규모 대학의 입장에서 구조개혁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충청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현재 1개의 기준을 놓고 모든 대학을 일렬로 경쟁에 붙이고 있다. 학생 숫자에 따른 구분 없이, 대학 체급은 상관없이 모두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면서 "구조조정과 정원감축을 계획할 때 대학 규모별 구분 명확하게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모 대학 관계자도 1주기 평가 결과 소규모 대학이 타격을 입었음을 강조하면서 소규모대학을 위한 대안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정책연구진에서 언론에 ‘자율개선대학이 50%’라고 (인터뷰)했다. 50%로 대학을 자른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면서 "50% 대학이 2단계 평가로 간다면 대부분 소규모 대학이 속할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대학 74개교 입학정원을 모두 없애도 2만 명밖에 안 된다. 이것으로 구조개혁 성과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규원 교수는 "새롭게 1단계 평가 지표가 구성됐으니 그 결과에 대해 아직 아무도 확신 있게 답할 수 없다. 1주기 평가 경험과 데이터가 있으니 준거 기준, 준거 틀이 된다. 50%라는 수치는 저번 1주기 평가에서 A, B 등급에 해당하는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1주기 A, B 등급 대학이 90개 대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를 봐야 정말 자율 개선 대학이 어느 선에서 자를 수 있는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개선대학이 몇 퍼센트를 차지할지 미리 정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1주기 평가에서 만점 기준을 대학 평균치로 정하다 보니 대학가에서 만점 기준을 과잉투자나 무한경쟁 행태가 발생하고, 혼란이 있었다. 이를 반영해 2주기 평가에서는 절댓값을 기준으로 제시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대학에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국헌 삼육대 기획처장은 "만점 기준을 1주기에서 제시한 대학 평균치보다 상향해서 정한다고 했는데, 이는 대교협에서 진행하는 기관평가인증과도 너무 큰 차이가 난다"면서 조정을 요청했다.

보다 근본적인 틀에서 구조개혁평가의 방향에 대해 질의한 질문자도 있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평가분석팀 관계자는 "2주기 평가에서 대학 교육의 성과로 무엇을 꼽는지가 중요하다"며 "핵심은 학생들의 변화가 아니겠는가. 과연 이번 평가 지표들이 대학 교육의 성과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고 보느냐"고 질문했다. 이어 재정지원사업 평가와 구조개혁평가를 연계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규원 교수는 "질문자가 말했듯 대학구조개혁의 최종 목표는 교수 입장에서는 강의실, 즉 현장에서의 변화다. 구조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학과 통폐합을 하거나 교과목이나 학과 명칭을 바꾸는 것이 무슨 변화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학생들의 변화 역량을 증진시키는 게 목표고 1주기 평가 지표들이 모두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재정지원사업 평가와 구조개혁평가를 연계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책 연구에서 주안점으로 삼은 것은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와 기관평가인증, 대학구조개혁평가 모두 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에 다 같은 평가에 속한다고 봤다. 지금까지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징벌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2주기 평가에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교육부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협의체에서 요구한 기관평가인증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기관평가인증은 대학 설립의 기본 요건을 충족했는지 평가해 ‘인증’과 ‘불인증’으로 나눈다. 정책연구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대학의 체질 개선을 통해 기본 여건을 충족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대학을 키우는 것"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평가인증과의 연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목포과학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긍정적인 변화 추이를 반영한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5~2017년 수치를 바탕으로 평가한다면 최근의 성과를 더 많은 비중으로 평가하길 바란다"면서 대학이 건전해지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부분에 대한 반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규원 교수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1주기 정성평가에서 변화 증감 추이 등을 고려했다고 들었으나 논의는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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