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점거농성·특별감사·압수수색’까지 ‘바람 잘 날 없어’

“검찰, 정유라 부정입학·학사 특혜 ‘배경’ 밝혀야 학교 명성 회복”

[한국대학신문 손현경·황성원 기자] 이화여대가 지난 22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가운데 구성원들은 이대 역사에 있어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화여대를 130년 역사상 가장 큰 대학으로 이끌겠다’고 본지 인터뷰를 통해 밝힌 최경희 전 총장은 결국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단과대학)설립 반대부터 ‘비선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학사 특혜의혹을 밝히라는 구성원들의 비난과 여론을 못 이기고 지난달 19일 사퇴했다.

▲ 윤후정 전 명예총장
이어 최씨의 ‘국정농단’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이화여대 권력의 실세였던 윤후정 전 명예총장 역시 교육부의 정씨 특혜 감사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지난 16일 20년 만에 전격 사임했다.

이후 교육부는 정유라씨의 특혜가 있었다는 결과 발표를 하면서 특혜 개입 교수에 대한 징계 요구, 검찰 고발, 수사 의뢰의 3가지 후속조치를 취했다. 교육부 감사에서 미처 규명하지 못한 상당수 의혹을 검찰 수사로 넘겼기 때문에 압수수색은 불가피했다.

검찰은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관리 특혜와 관련해 전날 교육부의 고발과 의뢰를 받고 25일 수사에 착수했다.

■ 정유라 특혜 관련 교수들 무더기 징계 = 지난 24일 교육부는 정씨 특혜 제공과 관련 이화여대 관련자 28명에 대해 중징계 등을 요구했다.

▲ 교육부가 해임을 요구한 남궁곤 전 처장과, 김경숙 전 원장(왼쪽부터)
입학처장을 비롯해 정씨 입학 당시 정씨의 면접에 해 입시부정을 저지른 교수와 출석미달 등에도 불구하고 학점에 특혜를 제공한 교수 등 모두 7명은 중징계를 요구하고, 최경희 전 총장 등 8명은 경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또 최 전 총장과 최순실 모녀 등 17명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중징계 요구 대상자는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 학장, 면접평가 위원이었던 이경옥 박승하 이승준 교수 등 3명,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이원준 체육과학부 학부장 등 7명이다. 경징계 요구 대상자는 최경희 전 총장과 면접 평가위원이었던 박모 교수 등 8명이다.

그 외 입학전형 업무 운영을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전 입학처 부처장 등 3명은 경고, 김선욱 전 총장 등 3명은 주의, 2015학년도 입시에 참여한 입학사정관 등 7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각각 요구했다.

■ 구성원들 “참담하지만 특혜 배경 명명백백히 밝혀야” = 올해 7월말부터 이화여대는 격동의 시간을 겪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본부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한 시점이 7월28일. 이후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8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최 전 총장이 사임한 이후인 10월30일에야 본관에서 나왔다.

▲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점거농성을 80여일이 넘게 진행했다.(사진 =손현경 기자)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정씨의 특혜과정이 밝혀지고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교수와 학생들 등 학교 구성원들은 당혹스러움과 경악, 그리고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최씨의 딸 정씨의 부정입학·학사 특혜 ‘배경’을 깨끗이 밝혀야 130년 이화의 명성이 회복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학생 A씨(화학과 2)는 “이화여대에 학사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 B씨(과학교육 4)씨 역시 “학교를 다니면서 과제물 제출이나 성적을 받는 것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구성원들이 상당히 예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학년에 재학중인 C씨는 “최경희 전 총장과 사건에 개입한 교수들의 숨겨진 비리가 더 많이 있을 것 같다”며 “필요한 검찰 수사는 반드시 진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4학년에 재학중인 D씨도 “최 전 총장과 사건에 개입한 교수들을 검찰을 통해 확실히 조사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학생 E씨(조형예술대 4)는 “구체적인 검찰 조사가 이뤄져야한다”며 “특정 인원만을 프레임으로 잡고 조사 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 숨겨진 모든 사건들을 조사하고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경희 전 총장 사퇴 관련 대규모 시위를 열고 있다.(사진 =손현경 기자)

교수들은 특혜의혹을 밝히고, 윤후정 전 명예총장의 사임까지 가는데 단초가 된 학생들의 80여일의 시위에 감격과 동시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는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 관계자 F교수는 “제2막이 시작된 느낌이다. 1막은 학교의 정유라 학생 개인의 입학·학사 관리 부실 운영만 드러난 것이라면 2막은 더 거대한 것 그 배후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면서 “윤후정 명예총장이 스스로 내려 올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G교수는 “이화여대의 명성이 ‘정유라 특혜’로 한창 학생들이 시위하던 중에는 발끝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최경희 전 총장이 사퇴하고 20년간 권력 실세 행사를 해온 윤후정 명예총장이 스스로 자리를 물러남으로써 이화여대의 이미지가 좋아진 것을 느낀다. 실제로 주변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이대에 보내려 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대 입학 점수가 올라갈까봐 걱정이라는 소리까지 한다고 들었다”고도 이야기했다.

교수들의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H교수는 “학생들의 본관점거를 ‘행정 마비를 불러온다며 당장 철회하라’고 비난만한 교수들은 이제라도 반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화의 정의’를 찾기 위한 80여일의 시간이 없었다면 모든 의혹은 아직도 어둠속에 가려져 있었을 것이다. 의혹의 실마리를 학생들이 제기 했고 학생들이 풀어내는데 그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스승들은 사실상 한 발 물러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 이사회에서 만든 정유라 특혜의혹 관련 진상조사위원회가 교육부 감사 전에 문제가 되는 점을 밝혀내 자정 노력을 보여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번 검찰 압수수사로 마냥 고개만 숙일 것이 아니라 일부 교수들 스스로도 자성할 계기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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