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찬기준 전격 공개…역사교수·야3당 "당장 폐기" 맹비난

[한국대학신문 손현경·황성원 기자] 28일 교육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를 앞두고 교과서의 국정화 중단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는 25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예정대로 28일 공개하되 일부 시범학교에 우선 적용하거나, 국정교과서와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를 혼용해 개별 학교의 선택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오후 교육부는 국정역사교서의 편찬기준을 전격공개하기도 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  교육부, 국정역사교과서 편찬기준 전격 공개 = 가창 첨예한 논쟁이 됐던 대한민국 건국시기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사용했던 ‘대한민국 정부 수립’대신 ‘대한민국 수립’표현을 사용했다.

상고사 부분은 ‘환단고기’ 내용의 반영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환단고기는 한민족 영토가 시베리아와 중국 본토에 이른다는 내용으로 통설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라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에서는 ‘대한민국의 수립과 6.25 전쟁의 전개 과정을 파악한다’는 성취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편찬 방향은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설명하고 대한민국이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했음을 서술한다’고 표현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편찬기준도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는 성취기준을 제시해 역시 대한민국 수립으로 규정했다.

경제성장과 관련해서는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을 기반으로 이룩한 경제 발전의 과정과 그 성과를 시기별로 서술(고등학교 기준)하고 오늘날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사실을 서술하도록 했다. 5.16과 관련해서는 기존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에 제시된 ‘군사 정변’이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좌편향논란이 제기됐던 북한 관련 내용은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고 핵과 인권, 북한 이탈 주민 문제 등 최근 북한 동향의 심각성에 관해서도 서술하도록 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최근 발생한 북한의 군사 도발도 피해상과 함께 기술하도록 제시했다.
 

■ 역사학자들 “국정역사교과서 폐기하라” = 지난 15일 서울 동승동 흥사단 강단에서는 전국 102개 대학 역사 교수 561명이 국정교과서 폐기를 주장했다.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정권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만든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 자체가 오랜 세월 시민들이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역사교수들은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취소를 요구했다. 권형진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정교과서 관련해 정부가 역사학회 의견 등을 수렴해서 진행한 것이 하나도 없고 일방적으로 밀실 처리해서 진행했다. 그야 말로 지금 현 정부의 ‘불통’인 부분과 똑 닮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8일에 웹본을 공개하고 이후 일반인 의견 수렴을 거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승욱 충북대 역사교육과학장은 “일반인 의견 수렴 과정이 비공개로 추진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이 지적한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요식행위로 넘겨버리려고 하는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한국역사연구회장 역시(대림대학 교수)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확인 할 수 없다. 형식적인 절차만 밟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이전에 집필기준, 집필진을 공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도 “이후 여론에 떠밀려 발표를 해도 발표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질문도 안 받더라. 그야 말로 ‘불통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 야당도 국정역사교과서 반대 ‘한 목소리’ = 국회에서도 국정 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3당은 16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이번 역사교과서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 아래 졸속적으로 추진됐고, 진행과정 또한 위법했다”며 “무엇보다 이른바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개입한 상황에서 국정교과서 추진 역시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추진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국민들이 백만 촛불을 들어 올렸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미 국민이 거부한 정책으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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