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쪼개기·옥탑방 등 불법 개조 여전, 단속 어려워 당국도 속수무책

▲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하숙집. 반지하층에는 4명의 학생이 거주한다. 화장실은 공용이고 세탁기는 윗층으로 올라가서 써야 한다. 더위 때문에 에어컨을 달았지만 단독주택으로 등록된 탓에 집주인은 누진세가 많이 붙는다며 여름마다 매달 3만원의 전기세를 더 내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임대업에 대한 세금은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뜻이 된다.(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윤솔지 기자]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 근처에 위치한 건물 반지하방에 산다. 건물 지하로 통하는 좁은 계단을 지나 문을 열면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옆방 사람들의 뒤엉킨 신발들이 A씨를 맞이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복도 양쪽엔 불법 개조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방 옆의 방. 이른바 ‘방쪼개기’ 구조다.

A씨가 사는 방은 약간의 세간을 두고 몸을 겨우 누일만한 정도의 크기다. 방문을 닫아도 옆방에서 나는 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선명하다. 화장실을 쓰는 것도 힘들다. 복도 끝에 위치한 화장실은 이 집에 살고 있는 다섯 명이 함께 쓴다. 전봇대에 붙어있던 ‘잠만 자는 방’의 싼 값에 이끌려 왔지만 잠이 오기 직전까지 방에 들어오기 싫을 정도다. 하지만 더 이상 생활비를 늘리기 힘든 사정에 그 ‘싼 값’ 하나만을 위안삼아 버티고 있다.

▲ 서울 한 대학가 근처 주택. 주택은 하숙집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과거 물탱크를 놓기 위해 설치한 옥탑방은 주거 용도로 변경된지 오래다.(사진=이재익 기자)

생활비를 아끼려는 청년들이 불법개조건축물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건물주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세입자를 받기 위해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개조한 후 저렴한 월세로 학생들을 유혹한다. 지붕 위에 한 층 더 쌓아 올린 옥탑이나 큰 방을 슬레이트로 나눠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만드는 경우 모두 불법이다. 하중이 더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진짜 벽돌 대신 조립식 패널에 벽돌문양 벽지를 둘러 위장한다.

건물주들의 꼼수는 인근 부동산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한 부동산업자는 “주거 목적이 아닌 옥탑방은 불법은 아니며 최근 양성화 신고로 불법건축물이 많이 줄었다. 다만 하중을 줄이기 위해 그 재료가 허술한 경우는 꽤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옥탑방은 항공사진으로 다 보이기 때문에 단속이 상대적으로 쉽고 그만큼 양성화가 많이 진행됐다. 하지만 방 쪼개기나 불법용도 변경은 직접 찾기 전엔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 서울 한 대학가 근처 주택. 현관문을 열면 3개의 문이 더 있다. 문에 쓰인 1, 2, 3의 숫자는 우편물 등을 수령하기 위한 수단이다. 방쪼개기로 의심되지만 단속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사진=윤솔지 기자)

부동산중개사들이 밝힌 양성화란 특정건축물정리에관한특별법이다. 한시적 기간을 두고 운영되며 그때마다 불법증축이나 옥탑방 등에 대한 자신 신고를 받아 합법 건축물로 인정해준다. 하지만 1가구로 등록된 시설을 쪼개 여러 가구를 들이는 ‘방쪼개기’나 건축 허가를 위해 상가 등으로 용도 등록 후 주거시설로 사용하는 식의 무단용도변경은 양성화 대상이 아니다.

단속에 나서는 행정당국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들이 밀집한 자치구를 중심으로 1년에 한 번씩 단속을 하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눈으로 확인해야 보고 및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확실하면 경찰이라도 데리고 갈 텐데 건물주가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겠다고 버티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입주자들의 건강과 생명이다. 최근 더욱 추워진 날씨에 전기장판이라도 잘못 틀었다간 화재로 이어질 위험도 많다. 필수적으로 비치해야 할 소화기 따위는 없다. ‘방쪼개기’로 만들어진 이른바 ‘잠만 자는 방’은 열악한 환경의 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방서나 구청 등에서 자체 점검과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

동작소방서 관계자는 “불법 개조 건물 자체가 문제기 때문에 그곳에 소화기 등이 배치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건축물은 통로도 좁아 진입과 대피도 더 어렵다. 건물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소방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고 현장에서 실시하는 점검도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학생들은 위험과 불편함에도 생활비의 압박으로 인해 싼 월세방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경희대 재학생 B씨는 “방쪼개기로 인해 소음이 심하지만 이만한 가격의 방을 구하기 힘들어 그냥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세입자는 임대인에게 정보를 의존하지 않고 관련 정보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행정당국은 세입자가 알아야 할 정보에 대해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불법건축물에 대한 점검과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약자가 사회적 약자로 전개되지 않도록 정책이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 서울 한 대학가의 옥탑방. 하중을 줄이기 위해 조립식 판넬로 만들었다. 방의 최대 길이는 175cm. 성인남자가 누우면 발끝과 머리가 닿을 정도다. 옥탑방 겉에는 벽돌모양 벽지를 붙였다. 이 옥탑방 옆에는 3개의 옥탑방이 더 있었다.(사진=이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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