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사 환단고기 인정, 근현대 친일 관련 서술도 논란 일 듯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교육부가 25일 중고교 한국사 국정 교과서 편찬기준을 공개했다. 박정희 대통령 독재 미화 논란, 동북공정, 독도 영유권 주장, 대한민국 건국연도 등 국내외 역사적 쟁점과 지나치게 맞닿아 있어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논란이 촉발될 전망이다.

상고사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환단고기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근현대사에서 정치사는 축소하고 경제사를 확대하기로 해, 역사상 공은 높이고 정치적 과실의 의미는 줄이는 식의 역사기술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고조선 등 상고사 부분에는 환단고기가 포함될 전망이다. 편찬 유의사항으로 '단군신화에는 국가 성립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반영되어 있음을 유의하여 서술한다'고 기재된 것이다.

'고조선의 중심지에 대해 서술할 경우 최근 학계에서 이동설이 다수 학설임에 유의한다'고, 한사군(한나라가 고조선에 설치한 4개의 군현)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며 지도에 표기하기보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기술하라고 해 환단고기를 역사 학설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국시대는 영토 확장 경쟁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고, 특히 편찬 유의사항으로 '신라가 영토 확장 과정에서 독도를 포함한 우산국을 복속하였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발해와 함께 '남북국'이라고 표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편찬기준에서는 '통일신라·발해시대'라고 명명했다. 또한 발해의 영역을 지도에는 '최대 판도'를 기준으로 하라는 기준이 있어 동북공정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대한민국 건국 관련해서는 '건국'이라는 용어는 배제하면서도 1945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기하고 임시정부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신 1919년 임시정부 수립과 관련해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부분에서 '민주 공화제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음에 유의한다'고 의미를 제한했다.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친일 사실은 적으면서도 '일제의 탄압이 강화되면서 일부 한국인들이 일제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유의사항은 친일을 미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사는 독재와 민주화 과정을 설명하는 정치사는 검정교과서보다 축소되고, 경제 발전에 대한 역사는 확대 언급하고 있다.

5.16에 대해서는 '군사정변'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 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됐음을 유의하라'고 적어 독재 체제의 실체를 충분히 기술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사고 있다.

반면 경제사는 '정부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을 기반으로 경제발전의 과정과 그 성과를 시기별로 서술하라'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의사항으로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성과와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한국전쟁 이후 복구와 경제발전 과정에 자유 진영의 협력이 있었다는 공로를 적도록 했다. 새마을 운동에 대해서도 '농촌 근대화 일환으로 추진됐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기술할 것을 가리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역사기술 기준도 담겼다. 북한 주민 인권문제와 국제적 고립,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비판하는 동시에 핵 문제 등 최근 동향, 북한의 군사도발과 피해 사례를 기술하도록 유의점을 제시했다.

한편 고교 교과서에서 '민족사학자'로 불리는 신채호 선생의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적 기술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편찬기준에서는 고려시대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에 대해 신채호 선생의 '독립당 대 사대당' 구도로 본 시각 대신 반론을 강조했다. 묘청이 국제 질서의 변화에 밝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고, 신채호의 견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 후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주요원인을 기술할 때 '붕당 사이 대립'으로 보는 시각을 제외하도록 했다. 또한 영정법과 대동법 등 수취체제 개편의 모순을 기술할 때에도 수취 체제를 너무 자세히 기술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근대사 부분에서는 독도가 일본 영토로 불법 편입됐다는 점과 간도협약 부당성을 강조하도록 했다. 또한 위정척사 운동의 한계점, 독립협회의 한계점을 함께 서술하도록 하고, 근대문물 수용 면에서 '기독교가 수용되고 선교사들에 의해 근대식 병원과 학교가 다수 설립됐다는 사실에 유의하라'고 적었다.

교육부는 28일 예정대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해 웹에 게시하고 집필자 명단도 공개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국정 교과서 금지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이준식 부총리는 25일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현장 적용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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