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철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청주대 교수)

책과의 대화, 사서와의 대화, 도서관과의 대화가 점점 사라져가는 대학도서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친구들 사이의 대화도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기보다는 손전화의 자판을 통해 ‘톡’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톡’만 있고 ‘대화’가 사라진 대학도서관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 심지어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함께 토론하기보다는 ‘톡’으로 의견을 올리는 것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대화’는 사라지고 ‘톡’이 일반화되는 대학도서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학도서관관이 대학의 심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가 주창한 도서관의 중요성은 물론, 창의력은 학교보다는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한 애플의 스티브잡스, 북클럽을 만들고 토론회를 이끌어가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이 강조한 책과 독서의 중요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마치 붕어빵 굽듯 양산하는 인재육성이 21세기 대학교육으로 적합할 것일지 함께 생각할 때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사유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일 것이다.

매년 세계 각 국가의 대학 순위가 집계되어 발표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100위 또는 200위 안에 어떤 대학이 포함될 것인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대학과 대학도서관의 평가결과를 비교해보면 대학과 대학도서관의 순위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우수한 대학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일수록 대학의 순위도 앞서고, 그렇지 못한 대학일수록 그 순위가 낮거나 리스트에서 찾기조차 어렵다. 나아가 도서관을 비롯한 교육·연구 역량을 갖춘 훌륭한 대학이 많을수록 일류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나라마다 경쟁적으로 대학도서관을 소중히 여기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도서관 정책은 어떠한 상황일까? 최근 교육부에서 대학도서관진흥법과 동법 시행령을 제정하여 시행 중이다. 하지만 대학도서관 전문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미흡한 내용으로 말미암아 조속히 개정되지 않으면 대학도서관의 발전이 담보되기 어려운 처지이다. 이처럼 실종 직전의 국가 대학도서관 정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인식 전환과 함께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우선적으로 대학도서관 전담 부서의 신설 또는 최소한 대학도서관 지원팀을 설치하고, 대학도서관 전담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학도서관 업무가 교육부 내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고, 조직 개편 때마다 이 부서 저 부서에 소속되면서, ‘과’단위도 아닌 ‘계’단의 조직의 한 업무에 그쳐왔다. 이마저도 담당자를 대학도서관에서 파견 받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에서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의 발전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나아가 우리 정부도 주체적 의식과 비판적 안목에서 싹튼 고유한 지식정보자원이 없으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고, 이러한 자원은 결국 사람이 생산하고 활용하며 재생산한다는 기본적인 진리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국제경쟁력 있는 인적자원개발 정책이나 전략 수립에서도 ‘책’과 ‘독서’를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 대학도서관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2등 상품은 팔리지 않으며, 1등 상품만 살아남게 됐다.

이러한 상품은 창의적인 연구개발에서 나오는데, 이에 필요한 지식정보자원의 저수지가 바로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가뭄에 저수지가 타들어가는 상황인데 어떻게 풍년 농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최근 선진국들은 국제 지식정보자원시장을 좌지우지하며 무기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선진국 중심의 지식정보자원시장에서 종속화를 탈피하고,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속국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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