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국편 위원장 "현대사 역사학의 전유물 아냐…집필진 분류사적으로 접근"

▲ 이준식 부총리(왼쪽 두 번째)가 28일 서울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오른쪽 첫 번째)과 집필진도 참석했다. 왼쪽부터 김낙년 동국대 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이준식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지지율과 상관없이 중·고교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28일 오후 1시 20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권 지지율이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논란 소지가 큰 만큼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역사 교과서 문제는 학생 교육 문제이고 대통령이 누구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지지율이 얼마든 무관하다”고 답했다.

현대사 집필진 6명 중 한국사 전공자가 빠진 데 대해서는 “통설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역사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제, 문화, 정치 등 전문가들이 모여서 집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은 국정 교과서 집필진 관련 사항에 쏠렸다. 보수적인 학자들이 현대사 집필진에 참여했다는 질의에 대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집필진 면면을 보면 (성향이) 극단적인 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이준식 부총리,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집필진인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과),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대한민국 수립이 '정통성 강화 차원'이라고 했는데, 반대측에서는 임시정부 격하, 친일세력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준식 부총리 “건국이 어느 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고, 항일독립투쟁 등 노력으로 1945년 광복 이룩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은 그 건국 과정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담는 것이다. 독립투사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겠다.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게 아니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통설로 확정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과 대통령 지지율이 4%로 나타났다. 정치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교과서를 강행하는 게 옳다고 보나.
이준식 “역사교과서는 학생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대통령 지지율과는 전혀 무관한, 교육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겠다.”

-기존 검인정 교과서가 편향적이라고 했는데 공개된 집필진 명단에 보니 현대사 파트에 역사전공자가 거의 없고, 보수적인 학자들로 구성됐다. 국민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지 않나.
이준식 “실질적으로 현대사 전공자가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통설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역사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제, 문화, 정치 등 전문가들이 모여서 집필을 한 것이다.”

김정배 “현대사 부분에 한국사 전공자가 왜 적으냐고 했는데 한국 현대사는 그 역사가 매우 짧다. 주로 독립운동사 전공자가 현대사로 연결했던 경우는 간혹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다. 대한민국이 수립이 되게 한 헌법학자, 정치는 정치사 전공자, 경제는 경제사 전문가, 6.25 전쟁 관련해서는 군사학 전문가, 북한은 북한학자 등 분류사 측면에서 접근했다.”

최대권 “현대사 헌법 부분을 담당했다. 왜 역사가가 아니고 각계전문가가 맡았냐고 물었는데 어린 시절 해방과 전쟁, 4.19혁명과 5.16 군사정변을 모두 체험했다. 새파랗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대사 전공이 어디 있는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자기 전공 중심으로 모으는 것이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경제적 부를 일으키게 됐다’는 걸 말하게 되는가. 교육 일환으로서 역사교과서가 기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70명이 넘는 근현대사 전공자들이 있음에도 국정교과서 편찬에 반대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응모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균형 있게 집필진이 구성되지 않았을텐데.
김정배 “현대사는 역사학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수분야를 포함해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분이 현대사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을, 경제성장 발전과정을, 6.25 전 과정을, 북한문제 등에 어떤 현대사 전공자가 쓸 수 있겠나. 집필진을 보시면 극과 극에서 활동하는 분이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국정·검정 교과서 혼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3월 적용 추진 계획은 그대로인가.
이준식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폐기는 고려한 적이 없고, 다만 현장에서 우리가 노력해서 만든 질 좋은 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국·검정 혼용이 된다면 한국사 수능 과목에서 교과서마다 내용이 다를 수도 있는데 가능한 것인가.
이준식 “혼용안, 시범학교 운영, 시행시기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직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 수능 관련해서는 별도로 준비하겠다.”

▲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집필진 수가 당초 47명에서 왜 31명으로 줄었나.
김정배 “처음에는 중학교 26명, 고등학교 20명으로 구성하려 했지만 모임을 가지면서 시대 특성, 분야를 고려해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공통 집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중학교 31명, 고등학교 27명 배정을 했다.”

-집필진에는 몇 명이 지원했나.
김정배 “20명은 초빙했고 16명은 공모로 선정했다. 그 중 한 명은 몸이 아파서 그만 뒀고, 나머지 4명은 개인사정으로 그만 둔 것으로 알고 있다.

-편찬기준이 바뀌었다는 말도 나왔는데.
김정배 “교과과정에 따라 편찬기준을 마련하기 때문에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든 편찬기준은 바뀐 적이 없다.”

-국정교과서를 보면 경제발전 과정 중 정경유착보다는 기업인 소개를 부각시켰다.
김낙년 “해방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사 부분을 집필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서술이 친(親)기업적으로 치우쳐져있다는 지적인 것 같다. 이병철, 정주영 등 창업자 세대에 대해서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포함시켰다. 대신 고도성장 근원에 대해 초기 열악한 근로조건과 심한 노동탄압, 환경오염 등을 서술해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다.”

-나라에서 한 권의 교과서를 정해서 가르치는 것과, 여러 교과서 중 선택해 자유롭게 가르치게 하는 것 중 뭐가 더 헌법적 가치에 맞다고 생각하나.
김정배 “유신 시대 당시에는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자유롭지 않아 국정화에 반대했고, 작년부터는 온 국민이 역사전쟁을 치르고 있다. 완성본이 아니며, 온 국민이 보고 의견을 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밝은 역사 이끌어가야 하지 않나. 나쁜 것만 쓰면 어떻게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나. 현대사 담당자들과 많은 토론을 거쳐 교과서에 녹여냈고,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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