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연구 인사 예산 등에서 총·학장이 결정권 행사

일본 참의원이 지난 9일 국립대학을 정부 조직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국립대학법인법안을 승인, 내년 4월부터 89개에 이르는 국립대학 법인이 탄생하게 됐다. 이로써 일본의 국립대 운영은 문부과학성의 지도에 따르는 호송선단식에서 정부의 간섭없는 자율적인 운영과 집행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로 인해 ▲대학 통폐합 ▲대학 평가체제 강화 ▲교원 유동화 ▲민간 경영기법 도입 등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 최대의 대학개혁작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법인화는 교육?연구?인사?예산 등 학교 경영 전반에 대 총?학장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교원인사의 유동성과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임기제와 공모제 등이 도입되며, 외부 인사로 구성돼 경영을 책임지는 운영협의회 구성과 단과대학장들로 짜여져 교육을 관장하는 평의회 등도 구성될 전망이다. 또 현재 12만3천여명에 이르는 교직원들의 신분변화와, 민간기업으로부터의 연구위탁이나 연구성과로 나오는 특허권 수업, 부속병원운영을 통해 생기는 자체 수익 운용 등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국립대의 법인화가 대학들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지만 민간 경영기법을 통해 경쟁력이 훨씬 나아질 것으보 본다”며 “앞으로 조직운영이나 교육비 및 연구비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일본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차츰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대 법인화를 통해 발생하게 될 문제를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우선 법인화가 될 경우 인기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의 재정 격차가 더욱 벌어져서 결국은 대학간 통폐합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 예로 내년 4월 도쿄대가 법인화되면 이 대학 총장은 연간 2천억엔(약 2조원) 규모의 자금 운용권을 쥐게 돼 어지간한 대기업 총수와 맞먹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미 전체 99개 국립대중 고베대와 고베상선대 등 24개 국립대가 통폐합에 합의한 상태이고, 내년 4월에는 이들 중 10개 대학이 통폐합 된 채로 89개의 법인만이 출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법인화가 이러한 통폐합 현상을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분변화에 대한 교직원과 교수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법인화와 동시에 국가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잃게 된 이들이 이후 직급이나 급여 근로기준 등이 학교별로 달라지게 될 경우 사라진 특권을 찾으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문부과학성에 설치된 ‘국립대학 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가 차등적으로 운영교부금 형식의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가 국립대학법인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과, 법인화가 학교 운영의 구조적인 문제 외에 학력저하나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국립대에 들어가는 예산을 절약하고 불필요한 공무원 수를 감축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린 특단의 이번 결단이 과연 대학이 국가의 보호막 속에서 벗어나 교육과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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