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수정보완책, 본질적 내용 빠져” 학생총회서 본관 점거 추인

▲ 고려대 학생들은 24일부터 고려대의 미래대학 설립과 학사운영 개정안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고 있다.(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오전 8시 30분. 이른 아침 고려대 본관 앞에는 ‘미래대학 철회’, ‘불통행정 규탄한다’는 팻말과 플래카드가 남아있었다. 유리창 너머 본관 내부에는 곳곳에 의자와 깔개, 생수병 등이 보였다. 1교시가 시작되는 9시가 가까워지자 닫혀 있던 뒷문이 열리며 한 학생이 나왔다. 이 학생은 “점거 농성을 하고 있지만 수업은 빠지지 않는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 24일부터 고려대의 미래대학(크림슨칼리지) 설립과 학사운영 개정안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있다. 24일 당시 학생들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염재호 총장의 해외 출장 일정에 대해 출국 이유와 세부 일정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한 학생은 “원래 점거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안에 있던 직원들이 들어가려는 학생들을 통제하며 밖으로 내동댕이쳤고 학생들이 반발하며 점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28일 교무처장 명의의 ‘최근 학내 상황에 대한 학교 본부의 입장’ 성명을 발표하고 수정안을 알렸지만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통해 ‘전면 철회’에 대한 입장을 굳혔다.

고려대는 이 성명에서 “25일 교무위원회에 제시한 최종안은 △미래대학의 소규모 독립학부 출범 △자유전공학부를 포함한 모든 단과대학·학부에서 2.5% 균일 정원 조정 △학기당 500만원 이하 등록금 책정 △기존 단과대학 실행 세부 사항과 동일하게 추진 등으로 수정됐다. 학사운영 개정도 내년에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대학과 학사제도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됐으니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조속히 학업에 복귀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고려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미래대학 설립안과 학사운영 개정안의 전면 철폐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사진=이재익 기자)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수정안에 본질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며 반발했다. 28일 성명서가 나온 직후 중앙광장에서 열린 학생총회에는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가해 미래대학 설립안 전면 철회 등을 통과시켰다. 

본관 로비를 지키고 있던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의 수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면철회만이 답이다. 교수들도 한목소리로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며 “학교 측의 수정안은 학생들이 비판하고 있는 본질이 빠진 허구적 해결책이다. 정원축소 비율도 줄었지만 설립안이 통과된 후 다시 감원 비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본관점거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장기화되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점거할 생각도 없었다. 본관 앞문을 잠가 항의하던 학생들이 옆문으로 들어가려 하자 6명의 직원이 학생을 들어 내동댕이쳤다. 물리적인 힘을 먼저 행사한 것은 학교”라며 본관 점거의 시발점이 학교 측의 물리력 행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재학생 A씨는 “총장, 교직원 모두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는 모습에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