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포럼,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맞춤형-체계적 지원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대학에서도 진로교육이 보다 확대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본부보다는 학과와 전공이 나서고, 저학년 때부터 고학년, 취업까지 체계적인 진로교육 교과 및 비교과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방향성도 도출됐다.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정희 팀장과 정진철 서울대 교수가 30일 오후 2시 중앙대 흑석캠퍼스에서 열린 대학교육 정책포럼 ‘대학 진로교육 우수사례 확산과 과제’에서 ‘대학에서의 진로교육 현황과 과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대학에서의 진로교육 현황과 과제' 연구결과 중 진로교육 확대에 대한 인식

■"진로교육 확산 필요성 90%…학과가 나서야"=연구진은 162개교 대학과 재학생 4162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110개교 중 5점 척도 중 평균 4.24로, 89.9%가 대학의 진로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직한 진로교육을 위해 학과 전공 차원에서 진로교과를 개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36.4%로 가장 많았고, 대학본부 차원은 30%, 대학 부속기관 차원 운영을 꼽은 응답률은 20.9%였다.

설문에 응답한 110교 중 108교(98.2%)에는 진로교육지원기구가 설치돼 있고, 명칭은 종합인력개발원, 경력개발센터, 인재개발원, 취업지원팀, 취업진로지원센터 등 다양했다. 대부분 전담부서 형태로 평균직원 수는 8.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원은 평균 4.28명, 계약직원 2.55명, 기타직원 1.78명 순이었다.

교육과정의 경우 105개 대학(95.5%)에서 정규 교과 내 진로교과 개설·운영하고 있었다. 학교당 평균 10.5개 과목이 개설돼 있으며 교양과목이 48.6%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대학 내 진로교과 수가 2013년부터 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해 2015년에는 894개에 달했다. 연구진은 대학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진로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밖의 진로지원 프로그램은 총 1201개로, 학교당 평균 11.4개로 나타났다. 취업박람회, 기업설명회, 입사지원서 클리닉 등 취업지원 서비스는 60.7%로 가장 많고, 진로캠프, 진로심리검사 등 진로지원서비스는 21.3%, MOS, 토익 등 자격증준비 서비스는 7.0%를 차지했다.

실제 대학에서 진로교육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만족도도 살폈다. 대학생들이 진로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얻고 있는 방법은 ‘친구 및 선배’(31.5%) 및 ‘인터넷’(30.3%)으로 나타났다. 저학년은 주로 친구나 선배, 고학년은 인터넷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응답한 대학생 중 대학 진로교과를 수강한 학생은 58.6%였다. 평균 이수과목 수는 1.62개로 1~2개 과목에 불과했고, 교양과목이 전체의 71.8%를 차지했다. 이마저도 필수과목이라 수강하는 학생이 상당했다. 또한 저학년(56.7%)보다는 취업과 진로 결정을 앞둔 고학년(60.4%)이, 이공계열(55.4%)보다는 인문·사회계열(61.8%)이, 남학생(54.7%)보다는 여학생(62.5%)의 경험 비율이 높았다.

진로설계에 도움이 되는지 4점 척도로 묻자, 저학년은 2.92, 고학년은 2.98로 3점 이하로 나타나 실효성이 높지는 않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진로 정보제공이 미흡하다’는 답변이 49.8%로 절반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취업·인턴에 관한 정보’(33.9%)를 많이 제공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진로·취업설계에 필요한 정보를 달라는 응답은 30.4%, 구체적인 진로사례 중심수업 요구는 24.6%, 해외취업 정보 요구는 (8.2%) 순으로 이어졌다.

정규 교과 외 지원프로그램 참여현황 조사 결과, 가장 많이 참여한 서비스는 ‘진로검사’(59.7%)였다. 다음으로 ‘선배에게 듣는 직장생활’(48.1%), 개별 진로상담(47.1%) 순이었다.

연구진은 대학 진로교육의 과제로 △전공교과 확대 운영 △진로프로그램 수강인원 확대 △진로교육 질 관리 △진로교육전담기구 학생 홍보전략 수립 △진로 및 취업에 대한 구체적·실제적 정보 제공 △취업만 강조하는 문화 지양 등 6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학생들의 전공분야와 밀접한 진로 설계가 가능하도록 학과 내에서 주도하는 진로교육, 다양한 교내 취업 서비스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저학년 때부터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진로상담을 진행하고, 고학년은 실제 취업준비를 위한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대상별 맞춤 교육과 체계적인 진로설계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같은 진로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21개 대학 진로교육 우수사례로= 대교협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하는 이날 포럼에서는 각 대학의 진로교육 및 취업 담당자 130여 명이 참석했다.

정보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진로교육·취업지원 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형별 진로교육 우수사례 공유도 이뤄졌다. 전국 4년제 대학의 진로교육 사례 144개를 심사해 선정한 대학은 21개다.

진로교육 우수대학 경우 대구가톨릭대, 순천향대, 영남대, 이화여대, 전북대, 중앙대, 홍익대 등 7개 대학이 꼽혔다. 이들 대학은 주로 저학년 대상으로 흥미와 적성을 찾도록 하고, 이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도와주는 ‘진로탐색’은 전공별로 운영했다. 대학생활 동안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를 종합시스템으로 구축했다.

취업지원 우수대학으로는 경일대와 국민대, 금오공대, 명지대, 서강대, 성신여대, 원광대, 조선대, 충북대가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채용 연계형 현장실습과 찾아가는 취업지도 등 각 학과 전공별로 전공 선택/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거나, 대학 본부 자체에서 교양과목으로 운영하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창업지원 우수대학은 경운대와 동국대, 동명대, 서울과기대, 아주대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실제로 창업을 바로 실시할 수 있도록 창업 전 과정을 체험하거나 절차별로 지원해주는 방식이 큰 호응도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성과사례 발표로는 성신여대의‘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양성과정’, 동명대의‘정규 창업교육을 통한 특허출원’, 원광대의‘지역기업의 이해’프로그램이 소개됐다.

▲ 김정희 대교협 팀장과 정진철 서울대 교수가 '대학에서의 진로교육 현황과 과제' 연구결과로 제시한 대학 진로교육의 과제

■"교원 진로교육 역량 강화 필요"=진로교육 확산 방안에 대한 종합토론도 이어졌다. 송병국 한국진로교육학회장(순천향대 교무처장)은 △진로교육 관련 조직과 시스템 △교수 진로교육 관련 역량, 진로 및 취업교육 전문가 채용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과 비교과 활동 △대학 내외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 협력 등을 대학 진로교육의 조건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교원의 진로상담역량을 강조했다. 송 학회장은 "예전에는 연구역량 중심으로, 그 다음에는 교육역량 중심으로 교수를 채용했다면 이제는 진로 취업교육 중심으로 뽑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용된 교수들을 대상으로 학생 생애주기별 필요 역량을 개발해주는 '교수 진로상담역량 개발 프로그램'(가칭)을 대교협 주관으로 적극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김진수 한국창업교육협의회장(중앙대 교수)은 대학의 창업교육 비전이 대학의 비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정렬이 필요하며, 성과 측면에서 전체 학생 수 대비 창업과목 이수비율을 파악하는 등 내재화 수준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옥 한국전력기술 상무는 기업 입장에서 대학의 진로교육에 대한 당부 사항을 밝혔다. 그는 신입 사원들의 능동적인 업무자세와 사회성, 문제해결 능력 등이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하고, 대학 진로교육을 통해서도 이같은 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최승복 교육부 취업창업교육지원과장은 세 가지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대학 진로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교육부에 담당부서가 없어 모니터링이 실시되지 않다는 것, 두 번째로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단편적으로 진로교육이나 취업역량 지표를 반영하고 있는데, 더 체계적이고 균형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의 평가 등 정책으로 대학들이 취업지원에 치우쳐져 있어, 기반이 돼야 할 진로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최 과장은 2030년이 되면 학령인구가 줄고 인력이 줄기 때문에 대학이 다시 예전처럼 진로취업교육에 손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며, 교육부에서도 진로교육 확산에 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교협과 청년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학 진로교육 현안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 교육현장의 청년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고 활발한 정책 제언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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