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권 학생들 위한 행복기숙사 주민 반대로 공사 중단…민원 회의도 파행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주거난을 겪는 대학생들을 위한 행복기숙사가 좌초위기에 처했다.

30일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오는 2018년 1학기 개관을 목표로 서울 성북구에 건립을 추진 중인 연합기숙사 행복기숙사가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건축허가 신청 후 6개월 동안 어떠한 조치도 하지 못한 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사학진흥재단은 서울 동북권 대학생들의 거주여건 개선을 위해 동소문동 국유지(5164.4㎡)에 750명 규모의 행복기숙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설계를 마치고 성북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행복기숙사가 지어질 경우 학생들은 월 20만원 정도의 기숙사비를 내 거주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동소문동 행복기숙사에는 가톨릭대, 한성대, 성균관대, 국민대, 한국외대, 동덕여대, 광운대, 배화여자대학, 건국대, 상명대 등 총 12개의 수도권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1950명이 기숙사 입사를 희망하고 있다.

▲ 행복기숙사가 들어설 부지 주변 한신·한진아파트 주민들은 "대학 기숙사는 대학안으로! 교통비가 많이 나와요"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김소연기자)

그러나 행복기숙사가 지어질 부지 주변 지역 한신·한진 아파트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건축허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기숙사 부지 아래의 돈암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공사 기간 동안 소음, 분진, 진동 등의 생활 피해와 공사 차량으로 인한 초등학생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한신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씨는 "이 지역 주민 모두가 반대한다"면서 "바로 밑에 초등학교도 있어 문제가 크다. 마음대로 기숙사가 들어오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기숙사 부지 주변에 "대학 기숙사는 대학 안으로", "우리에겐 쉴 공간이 없어요" 등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기숙사 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지역주민인 지 모씨는 "학생들이 안정된 주거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 공감하는 일"이라면서도 "홍제동 행복기숙사는 산을 끼고 있어 좋은 환경인 반면 돈암동 행복기숙사는 장소가 협소하고 인근에 초등학교,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장소 선정을 다시 하길 바란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 행복기숙사가 들어설 부지 모습.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텃밭을 일구는 등 국유지를 사용해 구청에서 국유지 출입 및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를 달아놨다. (사진=김소연기자)

■ "대학생들 기숙사 꼭 필요해"…서울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 10%에 불과 = 대학생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여전히 기숙사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을 나타내는 기숙사 수용률(2016년 기준)은 20.1%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권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더욱 열악한 형편이다. 수도권 대학(15.1%)은 비수도권 대학(23.4%)보다 기숙사 수용률이 낮게 나타났다. 특히 서울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약 10% 수준이며 학교 내 부지의 한계와 주변 원룸의 비싼 임대료 등으로 학생들은 행복기숙사의 건립을 요청하고 있다.

사학진흥재단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1일 외부 전문가, 인근 대학생, 지역주민 대표들이 참석하는 민원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해당 회의는 개최되지 못한 채 파행되고 말았다.

이날 민원회의에 참석한 한성대 송성민 총학생회장(경제학4)은 “학생들로서는 행복기숙사가 건립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다. 주변 월세는 50만원으로 학생들 주거 여건이 어려운데 20만원으로 저렴한 행복기숙사가 세워진다면 동부권 대학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면서 “기숙사가 세워지기만 한다면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교육 봉사, 자치 기구를 만들어서 기숙사 치안 유지 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부지는 사실상 동부권에서 대학 기숙사가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국유지라고 들었다”면서 “주변에 한성대, 성신여대, 고려대 등과 가깝고 교통도 편리한 위치다. 대학도 많고 입주를 희망하는 대학생들도 많아 기숙사가 꼭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학진흥재단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듣고 공사 중 안전을 위해 비상벨, CCTV 설치, 가로등 추가 설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공사 차량을 운행하지 않고, 아파트 주민들의 시야 확보를 위해 건축 계획을 변경해 기숙사를 2동으로 나누는 등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4번 정도 자리를 만들었으나 2번 정도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수준으로 회의가 열렸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이유 등을 보완하는 등 나름대로 대안을 반영했으나 여전히 완강한 상태다. 성북구청에서도 기숙사 건립에 협조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 기숙사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