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아닌 ‘국가’의 관점만 일방적으로 부각…폐기해야”
“강행 시 ‘불복종 운동’과 ‘불매’ 운동 동시 펼칠 것”

[한국대학신문 손현경·황성원 기자] 역사학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역사적 사실의 오류와 왜곡된 서술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념적 편향에 치우치고 역사적 사실을 균형 있게 서술하지 않은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라 지적했다.

■“형식·내용적 측면 모두 ‘올바른 교과서’ NO” = 교수들은 국정교과서의 형식과 내용적 측면이 동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형식적 측면에서는 ‘주입식’, 내용적 측면에서는 ‘비균형적’이라고 밝혔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검정 교과서는 역사 교육이 단순 암기가 아니라 사고력, 상상력, 비판력, 판단력, 창의력을 키우는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심지어 사진을 주더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이고 본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탐구 할 수 있도록 해놨었다”면서 “지금 국정 교과서는 학생이 맹목적으로 사실전달을 강요받는 것 같다. 결국 정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학생들한테 주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현대사와 관련해서는 독재자와 재벌을 미화했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점은 ‘민족의 관점’이 없어지고 ‘국가의 관점’만 일방적으로 부각된 것이 심각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해방 후 한국사회가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는데 분단을 책임져야하는 외세에 관해서 균형적 서술이 없다. 즉 미국과 소련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분단이라고 하는 비극이 비판적으로 성찰돼야하는 부분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또 일부 세력이 분단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공주의자로 활동하면서 친일문제를 세탁해버린 지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하면서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막상 임시 정부의 수반이었던 김구가 단독 정부를 반대했다는 내용은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반이었던 김구 조차 단독 정부를 반대했다면 그 문제도 서술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철호 교수 역시 내용적 측면에 있어서 “국정역사교과서에 이념적 ‘꼼수’가 들어 간 것 아닌가”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한철호 교수는 “1948년이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해놓고 밑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꼬리표를 달아놓은 것은 완전한 ‘꼼수’다. 현재 교과서를 보면 그 밑에 사진이 첨부돼 있는데 사진 내용 중 걸려있는 현수막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식’이라고 써져있다”면서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가. 당시 이승만 정권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고 인정했다는 것인데 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역사학자들은 지난달 30일 역사문제 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국정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긴급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대사 서술에서 박정희 정권시기를 중심 집필한 것과 친일파의 범위가 축소된 것 등을 문제제기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위원장은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박정희 교과서”라며 “261~267쪽까지 박정희를 23회 언급하며 압도적인 분량으로 박정희를 서술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정교과서의 박정희 독재와 외교 서술에 대해 “냉전 시기를 강조함으로써 당시의 안보 상황을 독재 미화의 도구로 사용했다”며 “박정희 정부의 출범을 경제 개발 계획 추진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제강점기 친일파 범위와 관련 “이광수, 박영희, 최린, 윤치호, 한상룡, 박흥식 등 지식인, 예술인, 종교인, 경제인과 조선 임전 보국단과 같은 친일 단체에 국한하고 있다”며 “군인, 경찰, 관료(판사 검사 포함) 등 해방 이후에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친일파는 대상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 “혼용교과서도 불가능…폐기가 ‘정답’” = 역사교수들의 주장은 ‘국정교과서 완전 폐기’다. 역사학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없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성보 교수는 “교육부의 ‘현장 적용 방안 검토’가 아니라 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먼저 교과서를 폐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철호 교수 역시 “교육부에서 현장 적용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는데 음식도 시간, 돈 들여 만들었는데 상하면 안 먹고 버린다. 썩은 음식은 버려야한다. 국정 교과서도 결과물 자체가 문제라면 당장 폐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역사학자들이 봐도 왜곡된 내용을 담은 교과서를 청소년들이 보고 잘못된 국가, 역사의식이 심어지면 큰일이다. 중요한 것은 교과서가 얼마나 편향되고 잘못됐는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 역사학계에서는 교과서가 얼마나 왜곡 됐는지 분석 작업을 하고 적절한 시기에 배포할 것이다. 내용, 형식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도무지 말이 맞지 않다. 기존 교과서는 2009년~2011년 이전 교육과정에 맞춰져 있고, 국정교과서는 2015년 교육과정에 의해 작성됐다. 서로 다른 교육과정에서 만들어진 교과서를 혼용하겠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며 “강행한다면 ‘불복종 운동’에 동참할 것이고, 국정교과서 불매운동을 한다면 적극 참여 할 계획이다. 지금 역사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국정교과서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개 시·도교육청에서는 국정교과서 채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국정교과서를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교육청은 서울·경기·대전·광주·충북·경남·부산·인천·강원·전북·세종·제주·충남·전남 등 14개 시·도교육청이다. 반면, 울산·대구·경북은 ‘교육부 방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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