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본지 논설위원 / 가천대 법과대학장)

로스쿨의 설립취지는 국제화·다원화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 인력을 양성해 법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로스쿨 시스템은 국민으로부터 심각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애초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소수의 부유층이나 취약계층이 아니고서는 감히 입학을 꿈꿔 볼 수 없기에 끊임없이 위헌논란의 시비대상이 되고 있다. 그 모든 것은 로스쿨의 설계 잘못에 기인한다. 그 중에서도 아마 우리 법학자들 모두가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이 법학연구자 양성문제가 아닐까 싶다.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의 비선실세 논란은 대통령이 법치가 아닌 인치를 행하려 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의 근원적 이상은 통치자의 자의에 따른 지배가 아닌 합리적이고 공공적인 규칙에 의한 지배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구축하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법학은 신학, 의학과 함께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3대축으로 알려져 있다. 촘촘하게 엮인 법률이라는 그물망은 사회를 탄탄하게 지탱하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든지 법조직역에 종사하는 자들은 그 사회의 엘리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엘리트를 양성하는 법학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성문법 국가의 특성상 사례만큼이나 개념이 중요한데도 판례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만이 법학인양 인식됨으로써 법학이라는 학문은 밑동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보다 먼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2011년 9월 22일에 일본학술회의 법학위원회 법학계대학원 분과회는 일본의 법학계 연구자 양성이 위기적인 상황에 이르렀음을 인식하고 그 대책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위기 원인이 실무자 양성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자 양성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데 있다고 하면서, 그 위기를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구조적인 결함으로 진단했다. 또한 그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양성의 중핵인 연구대학원(한국의 일반대학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연구대학원의 인적·물적 정비를 도모하고 로스쿨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연구대학원과 로스쿨 그리고 법학부가 상호 제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구대학원은 박사학위취득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지도 체제를 확립하고, 대학원생에 대해 수업료 면제나 장학금 제도 같은 경제적 지원을 대폭 확충하며, 특히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자에 대해서는 ‘연구직업인'로서의 자격을 부여하여 그에 맞는 처우를 하고, 연구대학원과 로스쿨 커리큘럼이 서로 연계를 도모함과 동시에 인적교류의 장벽을 제거하며, 로스쿨 교수가 연구대학원에서 연구 및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로스쿨에서의 교육내용이 제도의 이념에 맞게 창의적·비판적 법적 사고의 함양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며, 연구자를 지망하는 자도 배려한 커리큘럼을 시행하고, 법학부에서의 교육이 연구대학원과 로스쿨 쌍방의 뒷받침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해 학생의 관심과 요구에 대응하면서 연구자를 지망하는 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로스쿨과 함께 학부를 존치시키고 학부에서 로스쿨로 교수를 파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우리처럼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이 설치되기 전에 비해 연구자를 지망하는 자가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열악한 조건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선진법학을 배우러 떠나는 유학생이나 법학이라는 학문연구를 업으로 삼으려는 학생들은 이제 씨가 말라 버렸다. 판사, 검사, 변호사는 법전으로만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없기에 반드시 법학을 연구하는 자들의 조력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법학연구자 양성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위해 관계기관이나 관련 단체, 그리고 로스쿨이나 비로스쿨 교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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