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안·정인화안 학술림·제세공과금 두 목소리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2011년 극심한 진통 끝에 국립대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가 또다시 법인화 관련 후속조치로 찬반이 갈리는 모양새다. 과거와 같이 격렬한 대립은 없지만 서울대의 사회적 지위를 놓고 국회 내에서 상반된 두 법안이 논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안(서울대법) 개정안이다. 지난 5월 31일 조정식 의원이 발의한 서울대법의 주요 내용은 서울대를 공공기관에서 배제해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세나 지방세 등 납세의무를 면제받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미 서울대법이 규정했던 국유재산의 무상양여 조항도 강화했다.

반면 지난 17일 동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오히려 국유재산의 서울대 양여 시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지방세 면세 조항도 없애는 등 서울대법의 특권적 지위를 삭제하는 데 초점을 뒀다.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한 서울대에 대해 운영자율권을 높이려는 법안과 정반대의 법안이 함께 발의된 셈이다.

갈등의 중심은 서울대가 과거 국립대 시절 보유했던 학술림의 소유권 문제와 제세공과금 등 지방세 문제다. 각 법안을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학술림 소유권 문제다. 서울대는 국립대 당시 162㎢에 달하는 백운산과 지리산 일대 남부 학술림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 면적은 서울대 관악캠퍼스(4.8㎢)의 3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당초 이 학술림은 서울대가 국립대법인 전환 뒤 무상양도 받을 수 있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22조를 보면 국립대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는 국립대 시절 서울대가 관리하고 있던 국유재산이나 물품에 대해 무상 양도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역시 국립대 시절 서울대가 관리하던 재산을 무상으로 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에 양도할 수 있다는 조항도 마련돼 있다.

문제는 지자체의 반발이다. 백운산 일대의 주민들은 그간 서울대가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 지역 주민들의 공간을 사실상 독점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시 이를 무상으로 서울대에 양여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강경한 주장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구례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 학술림을 국립공원화하자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논의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동경제대부터 시작된 서울대의 학술림 독점이 지방주민들의 상당한 반발을 샀다. 이처럼 광범위한 학술림이 그간 서울대에 독점적으로 제공돼 왔다는 데 따른 비판이 거세다. 지역현안으로 등장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구례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인화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를 통하도록 법을 고침으로써 사실상 서울대의 학술림 무상양수에 제동을 건 셈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정인화 의원은 현행 서울대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법령이나 조례 등을 통해 서울대에 대한 제세공과금 특례를 규정하도록 하고 있어 지자체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세공과금은 국세와 지방세, 공과금 등으로, 이 가운데 지방세 특례를 제외토록 법을 개정하자는 게 정의화 의원의 의견이다.

이는 사실상 서울대에 지방세를 과세하고, 기존에 학문 목적으로 보유했던 학술림에 대한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1등 국립대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국립대로 발전하겠다는 명분 아래 국립대법인 전환을 강행했던 서울대로서는 도리어 재정부담과 학문적 기반 후퇴라는 역풍을 맞게 된 셈이다.

이와 반대로 조정식 의원의 법안은 국립대법인 서울대의 목적에 맞게 자율성을 보다 신장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국립대법인이라는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현재 공공기관의 일종으로 분류된 서울대를 국립대라는 지위를 명확히 세울 수 있도록 조정하자는 조항이나, 공용수용의 주체임을 법률에 명시해 학술림 등을 양수 받는 것을 지원하는 조항 등이 그렇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제세공과금에 대한 특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서울대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국세와 지방세 등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실제 국립대는 이미 국세나 지방세 면세 대상이나, 서울대는 법인화 전환에 따라 관계법령 정비가 부족해 매년 23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조정식 의원의 이 같은 법안은 실효성보다 선언적 의미가 더 크다. 우선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 배제를 서울대법에 명시해도 법적으로 공공기관운영법이 서울대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다. 서울대가 학술림을 용이하게 양수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조항 역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익 필요성에 대한 사업인정 절차가 존재해 무분별한 양수도 불가능하다. 국세·지방세 면세도 마찬가지다. 우선 면세나 과세 등 조세특례는 조세관계 법령에서 정해야 하므로 서울대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법체계상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언적인 의미는 있다. 국립대법인 서울대가 공공기관이 아닌 국립대라는 점과 이에 따른 사회적 책무와 함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법으로 밝히는 셈이다. 전문위원실은 이를 토대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립대법인 전환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정식 의원실 관계자는 “국립대법인화 정책에 대한 추동은 고려한 바 없다. 국립대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가 기존 국립대로서 받았던 지원을 회복해 국립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법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서울대 학내에 여전히 법인화 전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 한 전 총장은 "서울대가 제국주의적인 확장을 멈춰야 한다. 학술림 문제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를 존중해 처리돼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처럼 넓은 캠퍼스 확장으로 세를 과시하는 모습은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서울대 학내 행사에서 직원과 교수 등 일부 관계자는 "법인화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도리어 합리적"이라며 "법인화 전환 자체가 졸속으로 추진된 만큼 국립대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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