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인력·출제시간 지금보다 확보 필요해"

"누군가 이의 제기하면 존중해줘야"

▲ 수능 시험장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에 또다시 오류가 발생하면서 공신력과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검토 인력 · 출제 기간 확대와 함께 검토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교평원)은 지난달 25일 2017학년도 수능의 확정 정답을 발표했다. 이의 신청 접수 후 심사 과정을 거친 결과 한국사 14번과 물리Ⅱ 9번에서 오류가 인정됐다. 한국사 14번은 복수정답 처리됐고 물리Ⅱ 9번은 정답이 없어 전원 정답 처리됐다.

수능에서 문제 오류가 발생한 것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994년 처음으로 수능이 시작된 이후 2004·2008·2010·2014·2015학년도에 각각 문제 오류가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특히 2014학년도 시험에서는 법적 공방까지 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출제 오류가 반복되자 교육부는 2015년 출제위원장급인 검토위원장직을 새로 만들어 검토 기능을 강화했으나 문제 오류를 막지 못했다. 이에 김영수 평가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개선 사항을 도출해 내년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할 것"이라면서 "책임질 일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사퇴를 암시했다.

현재 수능 문제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이 약 한 달간 합숙생활을 하며 출제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약 500여 명이 한 달간 무한에 가까운 검토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출제 기간과 검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상구 경남대 교수(교육학)는 "합숙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달이 길지만 밖에서 보면 긴 기간이 아니다"라며 출제 기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도 "수능 출제 오류를 줄이려면 최소 300명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필요하다"고 인력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

출제진과 검토진의 의견 교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기본적으로 교수들인 출제진이 문제를 내고 교사들이 검토를 할 경우 교수들이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면 검토진이 아무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수능 제도 도입 과정에 참여했던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도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관계에 주목했다.

박도순 교수는 "전공 문제를 트집 잡으면 교수가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 경우 제3자에 의한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의가 제기되면 전문가가 아니라 이의를 제기한 사람 편을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제 위원, 검토 위원 외 평가 위원 투입 △위원들 검토 후 제3자에 의한 최종 검토 △검토 위원들의 출신 대학 다양화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20년 이상 지속돼 온 시험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수능 시스템이 20년 이상 되면서 시험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1등부터 60만등까지 줄 세우기 식이 돼버린 지금의 수능 체제를 탈피하는 구조적 개혁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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