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청와대 업무보고, 국립대들과 협의중

복지부의 국립대 한의학과 설치방침 발표와 관련, 의사협회와 한의계간 내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대학가의 반응과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한의학 발전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한의대학 육성을 국립대 한의학과를 설치하고, 이를 위해 현재 서울대 등 전국의 주요 국립대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한방의료담당관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한의사 인력수급에 미칠 영향이나 관련학과 설치문제 등을 연구해 나갈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면 교육부와 협의하겠지만 한의학 육성차원에서 추진하는 만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립 한의대 설립계획이 발표되자 의사협회와 약사회를 비롯 각 대학의 의대들은 일제히 이를 비난하며 복지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지난 15일 각각 성명을 내고 “국립대에 한의과 대학을 신설하는 것은 의료 이원화에 따른 제도적인 모순을 확대 재생산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복지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국가에서 한의대를 육성하는 것은 의료 이원화를 고착시켜 결국 불필요한 진료와 의료비가 늘게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의학계를 비롯, 전국 11개 대학의 한의대와 지방 국립대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정부의 조속한 한의대 설립를 촉구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립대 한의과대학 설립은 그 동안 의료행위는 인정하되 학문은 인정하지 않았던 국가정책의 ‘학문의 국가적 공인’ 이 된다는 의미와 함께 한의학을 진정한 인본주의적 의학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복지부 정책을 환영했다. 안규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도 “국립대 의대에서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한의학 발전을 위해서 꼭 국립대의 한의과 대학 설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립대에 한의대가 설치되면 한의대가 설치되어있는 사립대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료계와 대학들간 대립이 심화되자 지방 국립대들은 이번 복지부 발표에 기뻐하면서도, 부처간 이견과 의료계 갈등으로 설치가 무산됐던 지난 2001년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부는 지난 2001년 복지부의 특정대학 추천을 월권행위로 간주, 강릉대와 강원대, 경상대, 공주대, 부경대, 목포대, 순천대, 안동대, 창원대 등 9개 대학의 신청서를 접수해 선정작업을 벌였지만, 각 부처간 이견으로 설치 시기를 2003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창원대 장영오 기획조정과장은 “지난 2001년 교육부와 국립대 1개교에 정원 40명의 한의대 설치가 추진됐지만 복지부가 특정대학을 교육부에 추천함으로써 특정대학 봐주기라는 특혜 시비가 일었다”며 “이번에는 투명한 선정과정을 통해 시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대학육성과 인재양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방의 국립대에 한의대 설립이 이루어져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의계는 국립 한의대 설치와 관련 지방보다는 서울대에 설치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비쳤다. 유수한 대학의 인재들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아야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의학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가 한의대 설립에 ‘절대불가’를 주장하고 있어 서울대 설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는 지난 2001년 당시에도 한의대 설치를 둘러싸고 단과대학 학장회의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신청서를 내지 못하고 교육부에 의견서만을 제출,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명했었다. 이와 관련 교육부 대학행정지원과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협의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의료계와 대학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신중히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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