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학교·문화제 등 민주주의 위해 ‘학습권’ 잠시 놓는다는 학생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황성원 기자]  “민주주의를 훼손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외치고 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며 ‘다시금 민주주의를 우리 손으로 써보자’라는 것이 학생 동맹휴업의 가장 큰 근엄한 가치다.”

▲ 홍익대 학생들이 2일 체육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동맹휴업 선포식을 열고 있다.(사진 = 황성원 기자)

2일 홍익대 학생들도 동맹휴업에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오후 3시 30분께 홍익대 체육관에서 동맹휴업 선포식과 풍물패공연, 비상시국 및 민주역사 OX퀴즈 등 ‘동맹휴업 문화제’를 진행했다.

홍익대 학생들은 “오늘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박근혜 정권의 도를 넘어선 부정과 부패를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우리의 권리인 학습권까지 잠시 내려놓고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포식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모여 그것을 지키자고 이야기 하는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김승민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모두발언에서 “모두 민주주의의 사전적 정의를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그 의미는 알고 있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대통령 사퇴를 이야기 하고 우리의 주권을 명확하게 하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라고 생각 한다”고 주장했다.

▲ 홍익대 학생들이 동맹휴업 서명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 = 황성원 기자)

이은수(법학부 1)씨는 자유발언에서 “아무런 대본도 준비해 오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들려오는 절망적 뉴스를 보고 분노에 차 이 자리에 왔다. 정치권에서는 탄핵하느니 회피하느니 싸우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할 수 있나 가슴만 아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내용을 언급하며 국회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꼬집는 학생도 있었다.

컴퓨터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유림씨는 “국회의원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헌법 46조 2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고 적혀있다”며 “(대통령) 퇴진이 국가의 이익은 아니다. 즉각 퇴진해야만 한다. 국회는 자기의 잇속을 챙길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다면 하루빨리 탄핵안을 발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발언에 나선 고영근(역사교육과 1)씨 역시 “우리가 국가의 주권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며 “논어에 잘못이 있다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현 상황과 가장 부합하는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문과대 부회장에 당선된 허수정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위로 떠오른 지 6주차다. 점점 길어지는 투쟁과 분노에 우리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괴감에 일상생활이 힘들기도 하다”며 “막막하기만 취업걱정에도 불구하고 선뜻 강의실을 뛰쳐나온 이 곳에 뛰어나온 홍익인들이 서로를 토닥이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포식을 마친 이들은 4시 30분부터 홍익대 정문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들이 동맹휴업에 앞서 '시국학교'를 열고 있다.(사진 = 손현경 기자)

동맹휴업에 앞서 미술대학 학생들은 ‘시국학교’를 조형관에서 열기도 했다. 이들은 ‘동맹휴업’이란 이름으로 제도화된 수업을 거부하고 강의실에서 배울 수 없는 현 시국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했다.

시국학교는 △1교시 ‘동맹휴업이란’ △2교시 ‘박근혜 게이트와 정경유착’ △3교시는 ‘폭력시위, 평화시위 프레임을 넘어서’ △4교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분석’ 순으로 진행됐다.

‘폭력시위, 평화시위 프레임을 넘어서’를 발표한 임다혜(판화과 3) 씨는 “현재 평화시위는 합법, 폭력시위는 불법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적용하고 있다”며 “사실 평화와 폭력, 합법과 불법 사이에 인과 관계는 없다. 지극히 모순적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시위라는 프레임을 넘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참석 학생들은 “평화 시위와 폭력 시위를 떠나 우리가 집회에 나가는 이유가 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누군가는 평화 시위에 나가 한 일이 없어 무기력하다고 말하는데 수동적으로 집회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분노를 표출하고,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능동적인 집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시위 목적이 ‘대통령 하야’에만 집중돼있어 아쉽다. 하야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구호로 만들어진 시위를 통해 검찰 수사도 계속 될 수 있도록 압박하고 항상 문제를 감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시위에 용인 될 수 있는 ‘폭력’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폭력이라는 단어는 개념 판단보다 가치 판단이 먼저 일어난다.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국민정서다. 이 시점에서 ‘폭력’이란 무엇인지 재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능동적인 집회 참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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