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정치의 민낯,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사설] 한국정치의 민낯,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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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년 처음 받아본 역사 교과서 첫 장에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 없는 대화’라는 문구가 적혀있곤 했다.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카가 내린 역사의 정의다. 그는 역사가의 역할을, 인류 역사의 진보를, 당대 사회의 정체성이 역사에 대한 해석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또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아(我·나)와 비아(非我·남)의 투쟁’이라고 단정했다. 이런 역사는 지금 좁게는 국내서는 진영 논리의 치열한 투쟁으로, 국제적으로는 한·중·일의 각축에서 여실하게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다.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지난달 28일, 지지율 4%의 정권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이 맞는지 묻는 질문에 이준식 부총리는 “역사교육은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권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국정화를 추진하는 큰 이유로 검정 교과서의 편향성을 꼽았다. 역사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적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교육부는 “짧은 기간 민주주의와 산업화 발전을 이룬 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필요하다”며 현대사 중 경제사를 확대했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도 적었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은 중요하다. 그러나 마냥 자랑스러워하기에는, 눈앞에서 국가의 시스템이 통째로 무너지는 참담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고 말았다. 이미 2014년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 위기대응 시스템이 무너진 모습도 날것 그대로 목격했다. 국정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지난 한 주 동안에는 정치권의 민낯도 보고야 말았다. 대통령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공을 국회에 슬쩍 넘기고 이를 받은 정치권은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타산과 셈법에만 여념이 없다. 주말마다 촛불을 든 시민 150만여 명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모습을 보고도 여야 정치권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연출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노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 12월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곧 미래의 과거로 해석돼 교과서에 실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결국 어떤 가치가 중요한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미래에 우리는 국민을 외면한 대통령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골몰하는 정치인을, 부역하는 지식인을 어떻게 평가하는 역사교과서를 받아볼 것인가. 그 역사 속에서 국민은 주인공일지, 촛불을 든 허수아비로 남게 될 것인지 첨예한 기로에 서 있다.

대학마다 동맹휴업이 번져가고 있다. 학업에 전념해야 할 대학생들이 강의실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심정을 정치권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한 교수는 “박정희 정권 말기 퇴진 투쟁에 나섰는데 이제 40년이 흘러 그의 딸에 대한 퇴진을 제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보니 괴롭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국민이 바라는 결말은 이제 목전에 다가왔다. 민심은 정치권의 행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 본인이 사퇴를 결정할 유일한 선택권을 갖고 있다. 정치권은 9일 탄핵안 합의처리 이외 어떤 선택권도 없다고 한다. 모두가 기로에 섰다. 일상을 멈추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시민, 책을 접고 광장에서 목이 쉬도록 외치는 대학생들, 제자들과 함께 팔을 걷어붙인 교수들을 더 이상 분노케 하지 말아야 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도록 하찮은 정치적 주판일랑 걷어치우고 정도(正道)를 걷기를 간곡히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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