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교수 "지금은 시민혁명 중 '청년배당'으로 혁명사회 고민해야"

손호철 교수 “언론이 강제한 평화 벗고 시민이 공감하는 시위 만들자”
참가자들 “여성혐오·장애인·소수자차별 없는 일상의 민주주의 구축해야”
10일 조국 교수 등 같은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민주공화국’ 논의

▲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와 민주주의디자이너, 청년참여연대는 3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87청년X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 시국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이재익 기자] 거리에 나선 교수들이 청년·시민들과 함께 광장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토론했다.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와 민주주의디자이너, 청년참여연대는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87청년X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 시국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는 시민혁명이라고 정의한 뒤 혁명사회의 지향점으로 청년배당 등을 제안했다.

강남훈 교수는 “지금 혁명의 한복판에 있다. 그러나 혁명은 독재자 한 명을 몰아내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사회를 건설할 것인지 시민의 요구를 마련해야 한다. 혁명적 요구 없이 시민 혁명은 없다. 이번 혁명도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공정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요구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훈 교수는 청년층이 고액 등록금과 주거비 등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며 청년배당을 제안했다. 특히 불로소득인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늘려 청년배당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훈 교수는 “현재 청년층은 고액 등록금과 만연한 비정규직 일자리로 착취당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높은 소득대비 주거비용을 내고 있다. 이 주거비용은 모두 불로소득으로 기성세대가 가져간다. 수탈당하고 있다. 이 비싼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조차 요원하다. 이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통해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1987년 당시 청년과 2016년 청년이 현 시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와 민주주의디자이너, 청년참여연대는 3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87청년X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 시국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이재익 기자)

이날 시국토론회는 1987년 6월 항쟁을 겪은 세대와 현재를 살고 있는 20대가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집회의 의미 등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남훈 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김서중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이지수 민주주의디자이너 대표,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활동가가 △1987년과 2016년 광장 민주주의의 차이 △집회문화 △여성혐오·소수자차별 등에 대한 시각 등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답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이슈가 된 집회 내 여성혐오와 소수자차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최근 한 인기가수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노래를 발표한 뒤 가사에 여성혐오 표현이 쓰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손호철 교수는 “어쩌면 강고한 적과 싸우기 위해 내부분열을 피하는 사이 권위주의적인 억압의 기제를 스스로 답습하고 말았다”며 “1987년 당시 등 독재시대에는 정치적 억압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일상의 민주주의가 무시됐다. 대학가에서 팝송을 부르면 미제국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던 시절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문제제기가 돼도 독재정권을 먼저 타도해야 한다는 이유로 묻혔다. 잘못된 방식이었다. 지금과 같이 다양한 문제가 함께 논의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논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근혜와 싸운다는 이유 아래 우리 일상의 작은 독재자를 키워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지수 대표는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대통령직을 수행하지못했다던가, ‘년’이라는 욕설, ‘병신’이라는 비하적 표현으로 비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그런 행위를 주변에서 발생하면 불쾌감을 표현하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이번 토론회에서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과의 자유로운 문답도 이어졌다.(사진=이재익 기자)

사회를 맡은 김서중 공동의장도 “87년 세대가 실패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87년 세대의 성공은 여전히 유의마하다. 다만 정치적 민주화 뒤 실질적 민주화를 이룩하지 못 한채 잊고 지냈다. 이제 실질적인 민주주의 문제를 같이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갈등이 불편해보이지만 이런 불편한 갈등이 오히려 우리가 진보하고 발전한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폭력과 비폭력집회에 대한 기준도 제시했다. 손호철 교수는 “이전부터 한국사회는 비폭력적인 사회였다. 집회문화도 그랬다. 이게 폭력으로 돌아선 결정적인 지점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다. 박정희 대통령 피살 뒤 전국에서 비폭력적인 시위가 진행됐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미 문화원방화사건이 발생하게 됐다. 당시의 집회는 폭력적 집회가 아니라 스스로를 폭력정권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저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대학생들이 이른바 ‘사수대’라는 이름으로 학생대표를 지키고 경찰과 무력충돌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들의 물리적인 폭력을 용인해줬기 떄문이다. 그렇게밖에 할 수없다는 광범위한 시민의 동의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시위가 폭력시위냐 비폭력시위냐가 아니라 저항의 수단과 방법이 어느 정도로 광범위하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다. 지금 언론이 강제하고 있는 평화의 프레임은 강요이고 무의미한 구호다”고 분석했다.

강남훈 교수는 평화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정치적 요구를 관철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훈 교수는 “당시는 집회의 자유가 없었던 시기”라며 “조그만 집회를 열려고 해도 경찰과 부딪혀야 했다. 돌던지고 화염병을 던지는 게 상시적인 작은 충돌이었다. 지금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광장이 열렸다. 오히려 이 공간 내에서 어떻게 평화로운 집회를 거듭하면서 정치적 요구를 관철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과의 자유로운 대담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결국 100만 이상이 모인 집회의 정치적 요구를 어떻게 정치권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손호철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각성이 중요하다. 단지 선거국면에서만 머리를 조아리는 정치인들을 그대로 좌시해왔기 떄문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식의 망언이 나온다. 그 발언은 실제로 2008년 광우병 집회와 앞선 2002년 미군의 중학생 학살사건 등을 경험하면서 축적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서중 공동의장은 “시민이 24시간 항상 정치를 감시할 수없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에 대한 감시, 그리고 언론개혁에 대한 움직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 등 3개 단체는 오는 10일 오후 2시에도 청계광장 인근에서 같은 행사를 연다. 이날은 ‘우리가 원하는 민주공화국’을 주제로 조국 서울대 교수와 우희종 서울대 교수, 장윤정 민주주의디자이너 활동가, 민선영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등이 참가한다. 기조발제는 임지연 전북대 교수가 ‘찟긴 마음 다시 인간을 생각하며’를 주제로 강연한다.

▲ 전국 각자의 대학생들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부터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다.(사진=이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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