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공유 전공 활성화…국내 대학 및 교육프로그램 해외 진출 위한 규제도 완화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빠르면 내년부터 융합(공유) 전공 개설과 선택이 자유롭게 되며, 유연 학기제, 집중 이수제, 이동식 수업 등이 도입되고, 프랜차이즈 방식의 해외 진출도 허용되는 등 대학간, 학과간 장벽을 넘어 공유․소통, 융합을 통한 대학 혁신의 길이 열린다.

교육부가 8일 발표한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과 이에 따른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 입법예고 내용에 따르면 탄력적인 학사운영과 다양한 학습기회 확대 방안, 국내대학의 국외진출을 제도화하는 15개 개선방안이 포함됐다.

학생은 다학기제, 집중이수제, 융합전공제 등을 통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전공을 이수할 수 있으며, 대학은 해외 분교 설치 등 직접적인 재정 투자 없이도 국내대학 교육프로그램을 외국대학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은 △다학기제 허용 등 학사제도 유연화 △융합(공유)전공 도입 등 창의․융합 교육 확대 △시공간 제약 없는 이동·원격수업 제공 △외국에서 국내대학 학위수여 허용 등 국내대학의 국외진출 제도 마련 △추가 과제로 추진 중인 석사과정 학사운영 자율화 등이 골자다.

▲ 집중학기제 예시(자료=교육부)

■대학과 학생의 학기·전공·수업 선택폭 늘려=현재 각 대학은 1년 중 2~4학기제를 택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대학 자율로 5학기 이상을 운영할 수 있으며 대학 여건에 따라 학년별로 다른 학기제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아이오와대를 본딴 것으로, 아이오와대는 가을학기와 겨울학기, 봄학기, 여름학기 집중 1세션과 2세션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연 학기제는 모듈형 학기, 즉 학년별 다른 학기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4주, 8주, 15주 등 다양한 모듈형 세션을 운영할 수 있다. 신입생은 오리엔테이션 학기를 통해 충분한 진로탐색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조기 취업한 졸업반 학생은 현장실습학기를 통해 취업에 따른 졸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교수가 1학점당 15시간 기준을 준수하면 교과는 집중강의, 집중이수 방식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7~8월 여름학기인 3학기를 두 블록으로 나눠 7월에는 이론 수업을, 8월에는 현장실습을 치르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4주・8주・15주, 주말・야간, 학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교육과정 편성・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학점취득 출석기준이 학칙으로 마련된다. 지금까지는 수업일수(30주 이상), 학점당 이수시간(15시간 이상) 규정이 집중수업을 허용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속 전공이나 대학과는 상관없이 여러 전공수업을 듣고 이수할 수 있는 융합전공, 공유전공제도 도입도 가능해진다. ‘융합(공유)전공’은 편제 정원 없이 새롭게 개설하는 전공으로, 전공이수 자유를 학칙으로 보장한다. 학과 없이 5년마다 교육과정을 신설하거나 폐기하고, 모든 전공이 하나의 틀 안에서 융합교육을 받도록 하는 미국 올린공대 모델을 따왔다.

국내 대학들이 물리적인 학사구조개편을 하지 않고도 새로운 전공을 개설할 수 있고 학생들의 이동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개념으로, 현재 연계전공을 심화 발전시킨 모델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대학간 지역별 학점교류 시스템 또는 ‘공유대학(Consortium of Universities)' 형태를 추진하면서 대학간에도 융합(공유)전공이 가능하다”며 “융합(공유)전공”이 활성화되면 드론, 인공지능 등 미래형 전공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탄력적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 융합공유전공 예시(자료=교육부)

학생이 원 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융합(공유)전공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코스를 정하는 전공선택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학과(부) 전공이수 필수 등 학과간․전공간 칸막이 때문에 학사운영이 경직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변화로, 입학한 학과보다는 재학 시절 무엇을 공부했는지에 따라 학위를 인정받게 된다. 다만 자격증을 취득할 수는 없다.

국내외 전문직업인 등이 타 학교․연구기관․산업체 등에서 대학(원) 입학 이전에 쌓은 학습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학습경험인정제’는 일반 4년제 대학과 대학원에도 도입된다.

가령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업에서 연구 경험이 있을 경우, 졸업 학점 5분의 1 이내에서 학습경험을 학점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식이다. 스마트 기업에서 신기술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가 대학원 진학하면, 최첨단 산업분야에서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 촉진되고 대학은 창의적 지식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학습경험 인정제도는 호주나 미국, 영국 등에서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산업대와 전문대학에서만 졸업학점 4분의 1 이내에서 인정되고 있다.

이밖에 개별대학이 운영하던 졸업유예제를 도입한다. 또한 국내대학간 복수학위와 4학년 전과를 허용해 보다 학생의 학습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시간과 공간 제약 없는 이동·원격수업 활성화=앞으로 대학이 위치한 시․도 행정구역 내에서 전문․특수대학원 석사과정 또는 체육계열 학부 등 제한적 과정에 대해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교수가 학생을 찾아가 강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동수업이 허용되면 학교까지 물리적 거리 등으로 인해 교육기회가 제한된 교사나 군인, 체육선수 등 직업군의 학습 곤란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으로 원격수업을 통한 학점취득이 졸업학점의 20%까지 인정되며, 대학원과 외국대학에서의 학점취득도 원격수업으로 가능해진다.

최근 원격수업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원격수업의 질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 마련된다. 먼저 대학(원)생 졸업학점의 20%까지 원격수업을 통한 학점 취득 인정, 출결 처리와 평가 기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학점 인정기준 등을 포함하는 ‘원격수업 운영기준'이 제정된다.

■국내 고등교육 해외 수출 촉진=이번 방안에는 국내 고등교육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도 대폭 포함됐다.

우선 국내대학이 외국대학에게 국내대학 교육과정 사용권을 승인하고, 외국대학이 승인받은 교육과정 전부를 운영하면 국내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된다. 집중수업과 자율적인 학기 운영이 가능해지므로, 국내대학 전임교원이 방학이나 일정기간 외국대학을 방문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내대학 전임교원이 외국대학에서 교육과정의 4분의 1 이상 수업하는 경우에만 국내학위를 수여하도록 해 학위를 마구 부여하는 사태를 방지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최근 개발도상국 등으로부터 국내대학의 자국 진출 요청이 증가하고 있으나 법령상 해외진출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많은 대학들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은 많은 재정투자와 법적 제약이 있는 해외분교․캠퍼스 설립 없이도 교육 프로그램을 수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경제적 사정이나 직장 문제 등으로 국내에서 학위 취득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의 학생들에게 국내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둘 이상이 손 잡고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에 진출할 수도 있게 된다. 기존에는 개별적으로 외국대학과 협약을 체결하는 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각 대학의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프로그램 해외 수출 또는 유학생 유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해외 진출비용을 줄이고 노하우를 공유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대학과 교류시 원격수업을 통한 학점취득이 허용되며, 대학은 현재 설치가 자율화 된 국외 연구소․사무소 등을 활용해 해외 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외에 대학원생이 석사논문 제출 없이 1년에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교육부는 석사과정 졸업요건과 수업연한 단축 과제의 경우 입법예고 등을 통해 대학 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9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2017년 1월 18일까지 입법예고하고, 2월까지 시행령 개정을 완료해 빠르면 내년 새학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후 대학들이 내년 1학기에 학칙 개정 등 규정을 모두 마련한다면 2학기부터 당장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빠르게 진전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혁신 인재 양성을 위해 자율적인 학사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대학 현장의 요청을 토대로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며 “학과간, 대학간 장벽을 넘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학문공동체가 스스로 정한 자율적 학사 운영을 통해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혁신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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