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담긴 대학구성원들의 목소리(1-대학교수)

11월부터 시작된 국민들의 촛불은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전국을 가득 채웠던 촛불대열에는 대학구성원들도 함께 있었다. 이번 시국과 촛불집회에 대해 대학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본지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대학교수들과 직원, 학생들에게 이번 시국과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 앞으로 대학구성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가나다순) - 편집자 주

▲ 이번 촛불집회는 최순실 개인에 대한 한풀이가 아닌 국가의 공공성을 다시 구축해 민주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로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강남훈 한신대 교수 “청년들 고통 줄여줄 수 있는 사회 프레임 내놔야”
“87년에 비해 현재는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 평화적인 시위를 하고 있다. 또 고등학생들을 포함한 젊은 층의 참여가 확실히 많아졌다. 투쟁과 이념을 강조하지 않고 정의에 대한 정당성을 담보로 하는 집회다 보니 광범위한 층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형식적 민주주의가 갖춰졌지만 실질적이고 평등한 민주주의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소수 세력이 국정농단을 자행한 것이 그 증거다. 현재 촛불은 사회적인 불평등과 특권세력 부정에 대한 저항이자 이번 기회에 우리 손으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단순히 대통령 하야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 이 나라를 근본적으로 고치자는 요구를 할 것이다. 젊은 층의 많은 참여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그들은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하고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학자금 대출로 인해 고통 받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피해자들이다.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줄 알았던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은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강한 저항을 계속해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프레임을 내놔야 한다.”

■ 김영 인하대 교수 “모든 시스템 재구성해야”
“박근혜를 쫓아낸다고 끝이 아니다. 모든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바꾸는 게 첫 번째 과제다. 무엇보다 경제적 양극화 현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바꿔야 한다. 국민의 50%가 월 200만원 소득이 안 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 벗어나지 않으면 헬조선은 계속 된다. 촛불을 시민혁명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풀이 정도가 아니라 국가의 전체 시스템을 개혁하는 수준으로 가야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도 상업화되고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대학이 쑥대밭이 됐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학문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하는데 돈 주는 것 때문에 대학이 쩔쩔맨다. 그러다보니 이화여대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느냐.”

■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현 평화집회, 과거보다 현명한 방식”
“이번 집회는 평화집회이며 유연하고 다양하며 문화적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의 방식이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훨씬 더 현명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탄핵안이 가결되었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정리하기까지 지금 상태와는 다른 변화된 상태가 계속 될 것이라 본다. 그 과정에서 어느 쪽에서든 무엇인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3차 담화발표처럼 자기 책임을 부정하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지금의 자세를 잘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도 그렇고, 대학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도 그렇고 그런 면들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 “국민의 주권자 위치 보장 위해 국민소환제 필요”
“87년에는 학생운동권이 집회를 주도하고 넥타이부대인 시민들이 주변에서 호응했다. 지금은 전 계층, 전 연령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모두가 자발적인 주도자다. 앞으로 국민들이 투표장에서만이 아닌 주권자로서의 위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의 정치권 역시 국정농단 해결보다 민심을 사기 위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을 국민이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있다면 민의를 좀 더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 같다.”

■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미래 대비, 대학이 해야”
“이제 민주주의는 새로운 민주주의로 도약해야 한다. 단지 투표권만을 형식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넘어간다고 해서 또다시 이런 사태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면 안 된다. 어느 누가 정권을 잡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교육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대학들은 연구해야 된다. 또한 대학도 작은 사회다. 대학의 의사결정도 협치가 이뤄져야 한다.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참여의 기쁨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정치가를 키우는 교육은 따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정치적 덕목을 대학에서 배우고 사회로 나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동의대 교수) “대학 정책에 구성원 목소리 들어갈 수 있어야”
“그동안 정치적 불통과 일방통행이 너무 심했다. 대학가 입장에서 볼 때 대학정책도 그랬다. 총장 임명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 법으로 선임할 수 있다고 밀고 나가니까 총장과 구성원의 소통이 없었다. 앞으로 대학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한다. 사립대학 같은 경우는 임의단체로 되어있는 교수협의회를 학칙기구화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집중시킬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지금은 대학들을 지원해줘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대학에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 불통으로 일방통행 하던 대학의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변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 유지수 국민대 총장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야”
“탄핵 이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일단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 청탁이나 압력 행사 등이 정직하지 않다기보다 능력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교육기관에서는 정직하게 사는 인재를 배출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남의 잘못은 거품 물고 분노하고 촛불을 들지만 정작 우리는 제대로 사는 것인가. 남만 욕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잘못을 고쳐나가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지금 같은 모습이 반복될 것이다.”

■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 교수) “교수들 스스로 돌아보며 반성해야”
“대학은 이 사태 직전까지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 과거 전위부대의 역할도 못했다. 밖에서 일어난 시민들이 촉발시켰다. 대학사회, 특히 교수사회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비판만 했지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거의 순응했다. 국정농단과 직접 연결된 이화여대 사태도 학생이 먼저 나섰다. 대학이 제자리에 서기 위한 문제의식이 교수들 사이에서 있어야 한다. 이번에 권력과 연동해 문제를 일으킨 교수들이 많았다. 정권 부역자로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재정지원 등에 집착하는 것은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다.”

■ 이도흠 한양대 교수 “공감은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이번 운동은 지난 87년 6월 항쟁이나 광우병 집회와 몇 가지가 다르다. 하나는 언론, 특검, 국정조사를 통해 새로운 분노의 동력이 연일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분노가 결합됐다는 점이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심층에는 공감이 자리하고 있다. 세월호를 비롯한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으로 죽어간 사람들과 유가족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이들을 하나로 엮어냈다. 공감은 분노보다 길고 강하다. 또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결합돼 그 공감을 강하고 빠르게 확대하고 연대한다. 가장 큰 의미는 대의민주제가 완전히 무너지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이를 대체할 민주주의를 복원하였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갈팡질팡하던 야당이 퇴진을 목표로 삼고, 탄핵을 저지하려는 비박들이 탄핵전선에 합류하도록 견인했다.”

■ 이재익 수원대 교수 “대학사회 안 최순실 너무 많아”
“이번 시국은 수원대에서 몸으로 겪은 상황과 상당히 유사했다. 교육계에 최순실은 너무 많았다. 국민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냐면서 분노하고 있는데 비리사학의 교직원들은 사실 예전부터 그런 느낌을 가졌다. 법과 원칙이 있음에도 비리사학에서는 특정 개인에 따라 법과 원칙이 무시되는 사례가 많았다. 앞으로 예상하건대 사회는 재정비될 것이다. 다만 사학은 좀 더 힘들 것 같다. 학내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견제와 감시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수원대와 상지대는 그나마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지만 다른 비리사학은 언론에서 다뤄지지 못하며 변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이창현 국민대 교수 “SNS, 과거와 다른 시위 패러다임 만들어”
“현 집회는 ‘페스티벌’이다. 과거 민주화의 불꽃은 현재 박근혜 정권의 부정으로 인해 다시 타올랐다. 과거 삐라와 전단지, 대자보 등으로 시위를 독려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무수한 SNS의 공유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졌다. 더 파급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장소(Place)에서 공간(Space)으로의 시위가 확장됐다. 훨씬 유연하고 지구력 있는 저항이 가능해졌다. 국민들은 80년대 시민저항을 토대로 닮은 듯 하지만 또 다른 시위 패러다임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 조승래 민교협 공동의장(청주대 교수) “대통령에게 애국심 없었다”
“이 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에게 애국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고 지도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자기희생과 조국에 대한 봉사 등의 덕목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적 이익 속에 매몰돼 상황판단도 제대로 못했다. 이번 촛불을 통해 최순실 개인에 대한 한풀이가 아닌 국가의 공공성을 다시 구축해 민주공화국이라는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일목정연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직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대학도 우리사회의 민주성, 공공성을 더 제고하기 위한 방법을 만들기 위해 이론적, 학문적 지식들을 제공하는데 힘써야 한다.”

■ 조인곤 화신사이버대 총장 “국가 위기, 법 따라 해결해야”
“안타깝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국가적 위기다. 해결방법은 법이나 제도에 정해진 대로 해야 한다고 본다. 법이나 제도를 벗어나면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이번 촛불집회는 성숙된 시민의식의 표출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촛불시위를 통해 문제해결을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결국은 법이다. 국가 제도를 믿고 헌법재판소에서의 판결을 지켜보며 이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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