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담긴 대학구성원들의 목소리(2-대학직원)

10월부터 시작된 국민들의 촛불은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전국을 가득 채웠던 촛불대열에는 대학구성원들도 함께 있었다. 이번 시국과 촛불집회에 대해 대학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본지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대학교수들과 직원, 학생들에게 이번 시국과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 앞으로 대학구성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대학교수와 직원, 학생 순서이며 각 직급별로는 이름순으로 배치했다. - 편집자 주

■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 “새로운 대한민국 만드는 원동력 돼야”
“이번에 국민들이 화합하고 행동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기적이다. 평화적으로 국민들의 민주적인 목소리를 낸 좋은 기회였다. 대학구성원도 사회적인 위치와 신분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치인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있게 생각해볼 때다. 더불어 국민을 위해 헌신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건전한 참여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됐으면 한다.”

■ 김일곤 전국국공립대학교노동조합 정책실장 “시민 수준, 노조 뛰어 넘은 듯”
“과거와 다르게 이번엔 조직이 보이지 않다. 노조 같은 곳에서 의견을 제대로 개진하지 못한다. 대통령 퇴진과 함께 대학개혁이라는 요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요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다. 지금 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분명하게 내야 하는 요구가 있는데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민들이 예전 노조의 수준을 뛰어넘은 것 같기도 하다. 탄핵 뒤에는 자신들의 정치색으로 돌아갈 시민들이 요구에 맞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거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 안정주 단국대 산학연구기획과장 “대통령, 국민 신뢰 잃었다”
“대학 산학협력단에서도 전반적으로 상호간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업과 대학의 상호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돈이 많고 자원이 많아도 일을 할 수 없다. 현 정부의 상황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무슨 말을 해도 신뢰할 수 없다. 그동안 잘못한 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드러내야 용서라도 받을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깨진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

■ 전태산 방송통신대 노조위원장 “촛불의 목소리가 국민이 원하는 방향”
“남녀노소가 촛불집회에 나오고 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라가 어려울 때 함께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참여 계층이 넓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일부 계층만 나왔고 행동했는데 이제는 다양하고 많은 수의 국민이 같이 모여서 나온다. 대학구성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식인들이 계속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대부분은 뒤에서 지켜보면서 앞에 나서길 꺼려하는데 직접 나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했으면 한다. 촛불이라는 것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자고 나오는 것인데 전국에 있는 교수들이 나온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지금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 국민들이 염원해서 올바른 길로 갈 때까지 단체행동과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 A대 평가팀 과장(수도권 사립대) “대학구성원 의견 모아야”
“대학구성원들은 집회가 아니더라도 의견을 모으는 방법을 다르게 모색했으면 좋겠다. 대규모 집회를 공권력이 어쩌지 못하듯 대학 전체가 의견을 모아 정부에 대응하는 식이다. 대학은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각종 정책을 입안 할 때 학교의 의견을 수렴한다지만 결국 정부에 유리하거나 편리한 것만 수용된다. 학교를 자기네 식으로 평가해 서열화하고 재정지원사업 선정 또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이화여대도 그렇지 않았나. 또한 대학도 변해야 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바른 가치를 수립하도록 하고 학교는 체계적인 학사운영으로 내실 있는 대학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옳은 가치관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집회 현장에 목소리를 보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사회적 역할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야 말로 교육계 종사자들이 우선해야할 책무라 생각한다.”

■ B대 홍보실장(지방 사립대) “본연 역할 등한시하지는 말아야”
“이번처럼 전 구성원이 모두 참여한 집회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각자 생각이 다른만큼 보수적인 사람도 있고 진보적인 사람도 있을 테니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대학 사회도 작은 사회니까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같을 것이다. 사실 대학은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 가장 민감하면서도 가장 수용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의 전당, 양심의 보루, 지식인 집단 같은 표현을 쓰는데 이번 일과 관련해서 학생이든 교수든 직원이든 민감하게 반응하고 의견을 표출해야 하지만 거기에 휩쓸려서 학문 연구나 학업 등 본연의 역할이 등한시돼서는 안 된다.”

■ C대 입학관리팀 직원(수도권 사립대) “집회 참여, 스스로도 놀라워”
“예전 같았으면 가만히 TV만 보고 있었을 텐데 이번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나라에 대해 말하면서 나가보고 싶다고 말하더라. 아이에게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의미에서도 함께 참여했다. 과거에는 마음만 있었고 참여하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직접 행동으로 옮긴 것은 처음이다. 스스로도 충격이다. 주변 동료들도 그렇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가족들과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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