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담긴 대학구성원들의 목소리(3-대학생)

10월부터 시작된 국민들의 촛불은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전국을 가득 채웠던 촛불대열에는 대학구성원들도 함께 있었다. 이번 시국과 촛불집회에 대해 대학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본지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대학교수들과 직원, 학생들에게 이번 시국과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 앞으로 대학구성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촛불집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함께 교수들의 참여에 대한 생각을 주로 물었다. 대학교수와 직원, 학생 순서이며 각 직급별로는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 - 편집자 주

■ 김경진 (대구교대 미술교육1) “교수 발언, 학생에게 자극될 것”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선다는 의미는 다시금 주권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고 되찾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전의 어느 시위보다 평화적이라 온건해보이지만 현 정권의 잘못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 뒤로 가는 민주주의와 정치에 새로운 불씨를 일으키고 정치인들에게 확실히 주권의 주인을 알려준,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대동단결이라 생각한다. 시국선언에 같이 참여하는 교수들의 의미와 중요성이 결코 작지 않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교수가 동참했을 때 교수의 발언이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새로운 자극이 되면서 이 시위에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현 시국선언과 이후 비전에 대해 어린 지성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의견과 연륜 있는 지성인만이 줄 수 있는 피드백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 김기연 (가톨릭대 종교학2) “부당함에 목소리 내는 것은 지성인의 의무”
“광장에서 빛나는 촛불은 국민들의 민심이다. 부당한 현 시국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촛불은 국민들의 하나 된 의견이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서로 각기 다른 방식과 생각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현재 광장에 모인 촛불이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것에 대해 올바른 소리를 내는 것은 교수라는 지성인들이 우리에게 보여줘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동맹휴업도 단순히 수업을 쉰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 시국에 대해 대학이라는 커다란 집단이 하나가 되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교수들 역시 당연히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진성 (KAIST 건설및환경공학4) “교수들, 집회 바라만 보면 직무유기”
“촛불 하나의 크기는 보잘것없지만 광장 안에 끝없이 수놓아질 때 그 힘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소수의 권력자가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라는 것을 촛불집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촛불 하나에는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 그리고 분노가 담겨있다. 우리가 평화적 집회를 하는 것은 분노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침묵은 때론 폭력보다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과 권력자들은 알아야 한다. 대학생들은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항상 맨 앞에서 투쟁해왔으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힘이다. 그리고 그 대학생들을 곁에서 지도해주는 사람은 교수다. 학생들의 본보기가 돼야 할 교수들이 국가적 위기 사태를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다면 직무유기다. 현 사태는 직업을 불문하고 모두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집회에 나서는 대학생들을 학점과 과제로 발목 잡을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광장의 촛불을 밝힐 수 있도록 학교 측과 교수님들이 나서서 참작해줘야 한다.”

■ 박선환(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3) “축제 같은 집회, 과거보다 더 효과적”
“언론보도에서 밝혀지는 믿기 힘든 사실들을 보면서 너무나 잘못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가장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후 보여준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의 무책임한 대응에도 큰 좌절감을 느꼈고, 대통령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만한 자격이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어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세월호 집회와 비교 했을 때 참여자의 구성원이 다양해졌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참여하는 부부, 한손엔 피켓을 들고 다른 한손엔 지팡이를 든 노부부, 아빠 손을 꼭 잡고 나온 대학생 딸, 친구끼리, 연인끼리 등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하나의 축제를 보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을 패러디한 코스튬플레이, 가수 콘서트처럼 떼창을 하는 모습 등이 인상 깊었다. 이런 방식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이고 오히려 효과적이고 똑똑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 방윤제(경희대 국제한국언어문화전공 박사과정) “촛불집회는 무시당했던 인간성 회복 과정”
“촛불집회에 모인 232만 명의 사람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졌다. 이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대통령의 퇴진과 처벌을 외치고 있다. 그 안에는 대한민국이 근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후로부터 지금까지 기득권자들이 마음대로 주물러 왔던 과거에 대한 청산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희망이 함께 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자기표현의 주체적 의지이자 기득권 세력으로 인해 철저히 무시돼왔던 인간성을 다시 회복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학문은 어디까지나 배움의 대상으로서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교수님는인격을 가진 주체적 개인이다. 따라서 어떠한 정치적 소신을 가졌던 그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본인의 자유의지다. 현재의 촛불집회 상황은 정치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국은 누가 보아도 비합리적이며 비윤리적이고 인간다움에서 멀어진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지적하고 정상적인 사회로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학문의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 송명섭 (서울대 물리교육3) “촛불집회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
“국민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관념과, 환경, 가치관을 가지고 생각한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반영시킬 수 있다. 이번에 내 의견대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후에 내가 의견을 낸 것이 반영될 수 있다. 이번 촛불집회도 이와 같은 것이다. 국민들이 하고 있는 촛불 집회는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고, 그 의견은 굉장히 다수의 사람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 목소리는 미디어를 통해 더 크게 퍼져나가고 있고, 사람들은 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배려를 제공한 것은 자유를 보장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정치적 자유를 가지고 있고, 이를 존중해 줄 필요가 교수에게는 있다. 정치적 행위에 대한 배려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고, 이는 말로 설명한 어떤 경우보다 더 실천적으로 자유를 교육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종성(부산대 전기공학4) “계속 집회나와 차후 사태 대비해야”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발판이었다. 대학생의 시각에서도 국회나 정당의 뿌리 깊은 부정은 심각하다. 이번 집회는 썩은 부분을 잘라낼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헌법을 어긴 만큼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시민들이 계속 광장으로 나와 차후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이종하 (전북대 화학공학4) “정부에 대한 실망을 물리치려는 저항”
“촛불은 자체가 빛으로 어둠을 물리치는 저항성을 띄고 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어둠속에서 빛을 밝히며 광장으로 모인다는 것은 현 정부에 걸었던 국민들의 기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다. 촛불집회는 분노를 선명하게 표출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교수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누구든지 현 상황에 대해서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시국선언에 동참하거나 정치적인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 장강빈 (고려대 미디어1)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태어나서 집회에 처음 참여했다. 광장에 많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벅찼다. 처음엔 문제의식만 가지고 있었는데 집회 참여는 망설였다. 당연하게 생각한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느낌에 화도 났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대구 출신이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면서 이런 것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런 것 같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고 실제로 가니까 연대감을 느끼고 마음이 편했다. 앞으로는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 장성빈(서울대 철학과 석사과정) “평화시위 프레임에 갇힌 것은 아닐까”
“이번 집회에는 한 번 빼고 매주 참여했다. 광장에는 다양한 정치색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분노와 불신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의 부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청년 세대의 분노, 분배, 환경 등 그간 축적된 분노의 표출이다. 청년들은 현재 가장 살기 어려운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시위에 나서는 것은 우리들의 미래를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결단이다. 다만 조금 염려되는 것이 있다. 과거 2008년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비롯해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 등 다른 시위에도 많이 나가봤지만 지금은 ‘평화시위’라는 프레임이 생겼다. 폭력 저항이 무조건 옳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시위는 폭력 자체를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경찰 버스의 스티커를 떼 주고 경찰 벽을 넘으려 시도만 하면 '프락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집회는 시민의 힘을 보여주는 기회인데 ‘허용된 시위’라는 평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조슬미(국민대 정치외교4) “대학생, 단순히 최순실 스캔들로 촛불 든 것 아냐”
“대학생들은 학내에 매몰되고 현실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사망 때에도 우리는 성명서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고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 하나가 됐다. 대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생들은 단지 최순실 스캔들만 가지고 촛불을 드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부정은 언제나 존재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피해와 고통을 받아왔다. 대학생들도 사회의 구성원이자 현실의 무게를 견뎌내는 주체다. 특히 정유라 입시비리를 지켜보면서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바쁜 삶의 현장을 잠시 내려두고 광장에 나서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학업, 과제, 아르바이트 같은 삶의 일부분을 포기하고 시위에 나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정치적인 성숙을 이뤘고 ‘정치적’이라는 개념의 부정적 인식도 바뀌어 가고 있다 믿는다.”

■ 최경준(한동대 법학3) “기다림 아닌 창조의 역사에 동참”
“대한민국 헌법은 헌법의 주인인 국민이 약속을 통해 만들었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인 230만 주권자 국민이 광장으로 나가는 것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국정농단 사건 그 자체로만 분노한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 속 세월호 사건, 백남기 농민사건 등 다른 사건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갔다. 최소한의 합리성마저 상실한 사회에서 언젠가는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그 마지막 기대마저 꺾였기에 그들은 ‘기다림의 역사’가 아닌 ‘창조의 역사’에 동참했다.”

■ A씨(경희대 한국어학4)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떠나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 퇴진에 찬성하고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나가는 건 무너진 정부 윤리에 대한 환멸을 느낀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중시하고 국가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특히 초기에 젊은 층이 앞장선 시국선언으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이는 젊은 층이 현재 사회를 살아가며 느끼는 분노가 최순실 게이트를 시발점으로 폭발한 것이다. 집회에 참여하느라 수업을 자체 휴강했는데 출석으로 인정됐다. 교수들이 그저 지식이나 이론만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을 가르친다는 걸 느꼈다. 수업은 빠졌지만 오히려 어렵기만 했던 교수들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국정이 농단당하는 사태에서 교수님들이 먼저 학생들을 독려하고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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