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준엄한 민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심판이었다. 탄핵안 가결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 당시 내세운 ‘정부 3.0’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행복 국가’라는 비전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 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며 소통․협력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일방향이나 단순한 쌍방 행정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편익을 위한 양방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부 3.0 패러다임이다. 정부 3.0은 그야말로 국정의 지침이었다.

그러나 과연 박 대통령은 스스로 내건 정부 3.0을 지켰나. 아니 지키려고 노력은 했나. 정부 3.0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헛구호였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서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하여 묻지도 답하지도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은 국정을 제대로 챙기기는커녕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서면보고만 받았다. 일개 사인에게 휘둘린 국정농단에 국민은 분노했지만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다. 그나마 국민에게 사죄하겠다며 세 차례 담화를 발표했지만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국민과 소통을 하기는커녕 허공에 대고 혼잣말만 항 셈이다. 21세기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박 대통령은 군주제 제왕처럼 행동했다.

이런 불통정치는 국민 눈에 생생하게 비춰졌다. 이미 국민 의식은 개방과 공유, 참여를 원칙으로 한 웹 3.0에 도달했건만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내세운 정부 3.0 패러다임을 실현하기는커녕 외면하고 말았다. 좌절과 분노를 안은 국민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결국 탄핵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정부 3.0 패러다임을 지켰다면 오늘날 국민의 신뢰를 이렇게까지 잃었을까. 이미 개방과 공유, 참여를 원칙으로 한 웹 3.0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제라도 겸허하게 국민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개방과 공유, 참여를 보장해 차기 정부 출범에 기여해야 한다.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한 정경유착과 이화여대 사태로 드러난 권학유착은 여전히 우려의 불씨로 남아 있다. ‘밀실, 독점, 배제’ 성질을 띤 이 같은 과거의 유물을 곳곳에서 청산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의 무한경쟁을 이겨내기는커녕 굴절된 역사에 또 갇히게 될 것이다.

대학, 기업을 비롯한 모든 조직이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탄핵 이후 새 시대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된 웹 3.0 정신 실현을 차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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